구글의 실명제 제안 거부, 그 속내는?
2009. 4. 10. 04:09ㆍIssue/IT
구글, 이명박 정부의 제한적 실명제 요청에 거부하다.
몇 일전, 유튜브에도 실명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드린바 있는데, 오늘 구글이 실명제 도입 대신 사업 철수라는 강수를 둠으로써 사태는 새로운 진전을 맞이하였습니다. 과연 어찌 된 일일까요?
8일자 유튜브 공식블로그의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유튜브 서비스 사용자가 지역 설정을 한국으로 설정하면, 동영상 업로드가 제한되고 댓글을 달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이번 조치는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제한적 실명제에 대한 구글 본사의 공식 입장으로,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실상 한국 지역 서비스의 철수라고 보입니다. 다만, 구글은 예외조항으로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들을 위해 지역 설정을 다른 곳으로 변경하면 언제든지 동영상 업로드가 가능하도록 조치하였으며 아울러 재외동포와 같이 한국어 사용자들을 위해 한국어 서비스도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제한적 실명제를 거부한 유튜브 코리아 ]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4월, '구글은 현지 실정법을 존중한다.'고 발언한 구글 코리아의 이원진 사장과의 인터뷰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기에 그 배경이 궁금해 집니다. 실제 유튜브 실명제를 처음으로 보도한 30일 자 언론사 보도들은 하나같이 구글 코리아의 입장을 전하며, 실명제를 수용하겠다고 전하고 있는데 며칠 사이에 정 반대의 소식이 전해진 것은 그만큼 구글 본사의 강력한 의사가 개입되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구글이 입장을 선회한 이유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그간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구글 접속을 차단하였을 때에도 현지 정부의 견해를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혔던 구글이 이번 이명박 정부의 제안을 거부한 데에는 그만큼 구글이 이번 정부의 제안을 매우 심각하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1년, 구글이 판단한 한국은?
실제 지난 1년간 한국의 언론 자유도는 매우 악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다음 아고라의 '미네르바'가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긴급 체포되어 아직도 수감 중인 사실을 비롯하여 문화부 장관에 의해 서비스 임의 폐쇄가 가능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한 사실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탄압은 한 눈에 보아도 심각할 정도로 매우 강경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외에서는 '국경 없는 기자회', '앰네스티'를 비롯한 여러 국제 인권 감시단체가 담당자를 긴급 파견하여 해당 사실을 취재해 갔으며, 관련 사실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구글로서는 회원들의 개인 정보가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의 실명제 도입 여부 소식은 국외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이슈 중에 하나이며, 구글로서는 R&D 센터를 비롯한 구글 코리아에 당장 손해가 생기더라도 서비스의 존립 기반인 네티즌들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구글의 이번 조치는 국내외 네티즌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Don't be evil'이라는 구글의 정신이 다시금 실천된 것에 대해 국내 블로거들은 축제 분위기이고, 당분간 인터넷상의 정치적 망명지로서 구글의 역할은 계속되리라 생각합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닭 쫒던 개꼴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얼마전 청와대 블로그를 통해 앞으로 대통령 연설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겠다고 공식 보도한 참이라서 이번 업로드 폐쇄 조치는 더욱더 그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싸움이 끝났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촛불시위와 광고반대 운동을 겪으며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했던 이명박 정부가 구글을 쉽게 포기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글 문서에 조중동에 광고한 기업 리스트가 등재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삭제를 요구한 조중동을 비롯하여 앞으로 정치적 망명지로서의 구글의 역할이 커질수록 구글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탄압은 점차 가시화되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4년, 구글의 방어전은 계속 됩니다.
- 구글 공식 블로그 :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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