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한적 실명제, 정치적 탄압의 발판이 될 것인가.
2009. 3. 31. 14:22ㆍIssue/IT
구글, 이명박 정부의 제한적 실명제 요청에 찬성하다.
지난 30일, 한겨레 기사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에서도 제한적 실명제가 곧 실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한적 실명제는 일일평균 방문자 수 30만 이상의 포털이나 UCC 사업자에 대해 주민등록번호와 성명 등의 실명을 인증받도록 한 제도로 지난 2007년 7월 27일 처음 시행되었습니다.
도입 당시 이 제도는 큰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연예인 악플 사건을 비롯하여 익명의 네티즌에 의한 사이버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제도를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였고, 현재 네이버, 다음을 비롯한 대다수 포털사이트들이 제한적 실명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국내 진출 당시 영문 서비스만을 제공하여, 그동안 외국인들을 위한 서비스 사업자로서 실명제 도입을 피해왔으나, 최근 유튜브 코리아를 비롯하여 사이트 다수가 한국어를 기본적으로 지원하고, 한국인 유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실명제 도입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실명제 도입에 대한 구글의 생각은 지난 2008년 4월, 구글코리아에서 진행된 이원진 사장님과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시 인터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Q. BBK 관련 영상, YTN 영상 등 정치적 이슈를 담은 영상에 대해 국내 사이트에서는 일부 제한이 가해지고 있어 Youtube가 새로운 정치적 도피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구글의 입장은?
구글은 국내 실정법을 존중합니다. 만약 해당 동영상이 국내법에 위반되어 관계자로부터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영상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정법 외에 관습화되거나 정치적, 문화적 차이에 의한 영상은 임의로 삭제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 관련 영상이 올라왔을 때, 비 이슬람 주의자가 삭제요청을 하였다고 하여 영상이 삭제되지는 않습니다.
구글은 국내 실정법을 존중합니다. 만약 해당 동영상이 국내법에 위반되어 관계자로부터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영상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정법 외에 관습화되거나 정치적, 문화적 차이에 의한 영상은 임의로 삭제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 관련 영상이 올라왔을 때, 비 이슬람 주의자가 삭제요청을 하였다고 하여 영상이 삭제되지는 않습니다.
일부 블로거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큰 유감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의 실명제 도입은 본질적으로 앞으로 논의할 대상에서 조금 어긋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 진출한 다수의 해외 서비스 업체가 국내 실정법에 따라 영업활동을 펼치는 상황에서, 구글이라는 기업 하나에 특혜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정치적 타락, 구글도 영향을 받을 것인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슈는 구글이 실정법 위반이 아닌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콘텐츠 물에 대해 얼마나 이명박 정부로부터 국내 블로거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가가 이번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몇 달간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토론을 거쳤고, 또 제한적 실명제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에 올려진 BBK 영상이 삭제되었고, YTN의 돌발영상이 폐지되었으며, 다음 아고라에선 '미네르바'라는 네티즌이 아직도 구치소에 갇혀 풀려나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 사례들입니다.
현재 국내 포털사이트들은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정치적 압력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떨까요? 그동안 구글은 윤리경영을 통해 많은 네티즌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들의 로고인 'Don't be evil’은 마치 유행어 가사처럼 어디든지 쓰였고, 구글의 행보는 언제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구글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기업이고, 미국에서 미국법에 의해 설립된 회사이며 앞으로 한국의 실정법에 따라 영향을 받으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구글이 단순히 동영상 삭제로만 끝날 일을 국내 포털사이트처럼 과도하게 반응하여 경찰에게 개인정보를 임의로 넘겨주었을 때, 또 실정법 위반이 아님에도 무리하게 이명박 정부의 요구에 응답하여 콘텐츠를 삭제할 때, 우리는 이 부분을 지적하고 법적으로, 혹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반박해야만 합니다.
다행히 이 부분에선 국내 네티즌들이 좀 더 우위에 서 있습니다. 구글은 언제나 주목을 받고 있고, 그들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였을 때, 이를 비난하고 국내 네티즌들에게 힘을 실어 줄 국외 네티즌들이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Politically, Don't be evil' (정치적으로 악이 되지 말자.) 앞으로 구글에 바라는 우리의 새로운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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