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농담이 아니라, 블로그가 망하게 생겼습니다.

2009. 4. 2. 01:54Issue/IT

제 이야기냐고요? 물론 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우절 농담을 즐기며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 국회에서는 두 가지 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통과된 법률안은 '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모두 한나라당에서 추진한 안건인데, 이 안건을 보시면 왜 블로그가 망하게 생겼는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초가삼간을 태우다. 정보통신망 개정안

먼저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정보통신망 개정안)은 제안사유부터 코웃음을 치게 합니다. 인터넷상에 펌질하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친고죄를 폐지하고, 대한민국 사이트 전체를 실명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에 언급되어 있는데,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대상 중 현행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개정함(안 제44조의 5 제1항 제2호).

제44조의6(이용자 정보의 제공청구)의 정보 제공청구의 요건이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하여”로 제한된 것을 분쟁조정부의 조정 및 중재를 받기 위한 경우도 포함하도록 확대함(안 제44조의 6 제1항 및 제3항).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함(안 제70조 제3항 및 제4항).

위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원하면 하루 방문자 수가 10명인 블로그도 실명제를 도입해야 하며, 개인정보는 아무 때나 빼갈 수 있고, 이전에는 피해자가 먼저 신고를 해야지 처벌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정부가 먼저 처벌하고 나중에 피해자가 '이 사람 처벌하지 마세요.'라고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만 무죄가 된다고 합니다.' 정말 블랙조크 아닙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올블로그 회원 가입메뉴에서 실명인증 버튼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정부는 일단 의심되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마음껏 볼 수 있고요. 제2, 제3의 미네르바 구속이 멀지 않았군요.


독재와 탄압으로 가득 찬 저작권법 개정안

저작권법 개정안은 더 골때립니다. 계정 중지에 사이트 폐쇄, 심지어 인터넷 접속 금지에 대한 내용도 있군요. 관련 항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2. 불법복제물등의 삭제 또는 전송 중단
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1항 제1호의 경고를 받은 복제ㆍ전송자가 반복적으로 불법복제물등을 전송한 경우에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해당 복제ㆍ전송자의 계정(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이용자를 식별ㆍ관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이용권한 계좌를 말한다.)을 정지 또는 해지(이 경우 해당 복제ㆍ전송자의 다른 계정도 포함한다)할 것을 명할 수 있다.

③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정보통신망에 개설된 게시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9호의 게시판을 말한다. 이하 같다)중 제1항 제2호의 명령이 3회 이상 내려진 게시판에 대하여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해당 게시판을 폐지할 것을 명할 수 있다.

④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고, 해당 서비스의 형태, 전송되는 복제물 등의 양이나 성격 등에 비추어 해당 서비스가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보통신망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를 말한다)에게 해당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정보통신망에 대한 접속을 차단할 것을 명할 수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중소규모의 게시판도 대부분 폐쇄위기에 몰릴 겁니다. 메타사이트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게시판에 대한 법률상 정의를 보면 "'게시판'이란 그 명칭과 관계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할 목적으로 부호ㆍ문자ㆍ음성ㆍ음향ㆍ화상ㆍ동영상 등의 정보를 이용자가 게재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술적 장치를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메타사이트들의 메인도 각 블로그의 제목이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개시하는 만큼 포괄적인 범위에서 게시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극단적으로 나가자면 메타사이트에 등록된 블로그들도 게시판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제도가 시행되었을 때의 그 끔찍한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개인 블로그들도 실명인증을 받아야 되고, 메타사이트나 포털 게시판 출입은 꿈도 못 꾸며, 인터넷 끊어버린다는 협박과 언제 어디서 끌려갈지 모르는 공포 탓에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얼마나 더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이겨나가야만 할까요. 이제는 정말 블로거 망명의 시대가 온 듯합니다. 아, 오늘 일이 정말 만우절 농담이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