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땅에 묻어버리면 무엇을 볼 것인가..

2006. 10. 25. 16:48하루 일기/2006 Diary

꽤 오래전 일인데, 국민학교 시절 고속철에 대해 반에서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경주에서 유적지 부근에 철도를 놓을려고 하는데 이를 찬성해야 할지 반대해야할지를 논하는 토론이었죠. 대략 10여년전쯤 일인데, 오늘 이와같은 토론이 뉴스화되었군요.

몇일전 조사단의 발표로 인해 덕천리 부근에 수천점의 신라시대 초창기의 유물이 발견되었고, 이는 초기 신라의 발전형태와 문화상을 제대로 알려줄 귀중한 사료라고 판단되었답니다. 그런데 철도공사측에선 이러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겠다는군요. 이유를 들어보니 "유적의 중요함은 인정하나 공기안에 공사를 마치기위해 어쩔수없다. 다만 위에 흙을 8~10m 덮어 나중에 대비하겠다"라고 합니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발언입니다.


사실 이 공사는 시작부터가 잘못된 공사입니다. 처음 노선을 정할때는 당론에 이끌려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을 만들어 버렸고, 경주 노선을 보면 고분군을 그대로 관통하여 철로를 건설하는 그야말로 문화파괴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통 상식이라고는 보여지지 않는,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예라고나 할까요.

사람들이 경주를 방문하는 이유중에 가장 많은 이유는 바로 신라시대의 유적들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백제와 고구려시대 유적들은 현재 그 상당수가 소실되었고, 유일하게 원형보존이 잘 된 유적들이 바로 신라시대 유물들이죠.그렇기때문에 학교에서 단체여행으로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이 경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문화재로 먹고사는 도시에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위해 문화재를 밀어버리고 고속철을 건설한다니.. 앞으로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역사를 사랑하는 경주'라는 슬로건을 내걸수 있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흙을 덮어서 혹 지하에 있을지도 모를 유물들을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하는데, 땅속에 묻혀있는 유물들은 그다지 가치가 없습니다. 유물들의 진정한 가치란 발굴되어 사람들에게 인식될때 그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지요. 게다가 나중에 발굴할려면 그 철도를 다 걷어내고 발굴해야할텐데, 그 예산은 또 누구의 돈으로 집행해야할지.. 참으로 답답한 현실입니다.

옆나라에선 없는 역사도 만들어내어 자기껏이라고 우기는 현실속에서 있는 역사도 부정하고 다시 땅에 묻어버리겠다니.. 이런 비극이 또 어디있을지.. 왠지모르게 우울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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