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히, 역시나 번역이 문제로군요.
2006. 10. 18. 23:06ㆍ하루 일기/2006 Diary
발간된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오늘에서야 손에 넣은 하루히입니다. 오늘 '삼거리 극장'시사회가 있어 그거나 보러 갈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친구분하고 같이 보고싶다고 하셔서, 표를 양보했습니다. ^^ 대신 서점에 들러서 하루히 구입완료.
지금 한 80페이지정도 읽었는데, 내용은 만족입니다. 첫 화는 문화제에 관한 내용이군요. 그러나 역시 번역은 정말 좌절할 지경입니다. 아무리 명작이라도 삼류번역가 손을 거치면 졸작이 된다던데.. 그 말 그대로군요. 5권까지 온갖 오역과 직역에 시달리면서도 다음화엔 좀 나아지겠지라고 일말의 희망을 가졌는데, 역시나 틀린 듯합니다. 도대체 번역이라는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하여, 이번 포스트는 번역자 이덕주씨가 왜 문제인가?라는 포스트로 넘어갑니다. 두둥~
스즈미야 하루히의 번역자, 이덕주씨가 하루히 번역을 맡지 말아야만 하는 이유.
1. 직역 수준의 번역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직역수준의 번역체에 있습니다. 하루히 6권 24쪽을 보면.. "조리하고 있는 하얀 캇포우기(주1) 차림의 여학생들"이라고 적어놓고 밑에 주석으로 소매가 있는 앞치마라고 적어놓았군요. 일본식 단어를 그대로 차용하고 밑에 주석을 달아놓는다는 사실이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하얀 앞치마를 두른채 조리하고 있는 여학생들"이라는 말로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인데, 굳이 저런 직역을 해야되는지 알수가 없군요. 번역기로 돌린 글일까요.
2. 저급한 비속어 사용
하루히 번역본의 두번째 문제점은 국어사전에도 등록되지 않은 비속어들이 너무 자주 남발되고 있는데 있습니다. 19쪽 "왕짦은 성희롱 의상밖에 떠올리지 못하고..", 23쪽 "왕 서비스"와 같은 말이 대표적이지요. 국어사전을 보면 왕이라는 단어의 정의로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일정한 분야나 범위 안에서 으뜸이 되는 사람이나 동물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즉 다시말해 사람이나 동물같은 생물체가 아닌이상 왕이라는 단어가 최고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위의 말은 "엄청 짦은" 혹은 "대 서비스"정도로 표현해야 함이 옳습니다.
또 글을 보면 '주둥아리(17쪽)'라는 표현이나 '저 자식(32쪽)' 같이 건달들이나 사용할듯한 거친 표현들이 눈쌀을 찌푸리게 합니다. 번역자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상식을 가진 17세의 고교생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3. 작품에 대한 몰이해
번역자가 비난받아야할 세번째 이유는 작품에 대한 몰이해입니다. 작품의 성격이나 주인공의 말투, 취향등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번역하는 듯합니다. 가령 21쪽을 보면 츠루야양이 쿈과 그 친구들을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어! 쿈과 그 친구들! 여기야, 여기. 어서와!"
마침 애니판(12화)에서 이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었는데, 이 때 이 장면을 보면 다음과 같이 해석됩니다.
"야아~ 쿈과 그 친구들이구나! 여기야, 여기. 어서와, 셋이나 와주어서 고마워"
뒤에 쿈과 그 친구들이라는 직역체도 그러하지만, '여어'라는 표현과 '야아'라는 표현이 주는 느낌이 다르죠. 무슨 애늙은이도 아니고, 남성체에나 쓰일 법한 '여어'라는 표현을 츠루야양에게 사용하다니... 츠루야양의 설정에 게이라는 설정이라도 있는 겁니까. 흠..
이외에도 인물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씬은 여러군데 있습니다. 사실 1화때부터 하루히가 아사히나 선배에게 '조용히 해'라는 말을 '닥쳐'라고 번역때 부터 불안감을 느꼈습니다만 아직도 인물파악이 되지 않은 듯하군요.
또 본 6권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번역을 잘못해서 작품의 내용을 이어지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1권을 보면, 아사히나 선배와 하루히가 동아리방에 들어왔을때, 하루히가 '닥쳐'라고 말하죠. 그런데 4권 패러럴월드에서는 이 표현이 '조용히 해'라고 표현됩니다. 원래 설정대로라면 이 두 단어가 동일하게 표현되어야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오역으로 인해 쿈이 느끼는 기시감이라는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4. 일본 출판물에 대한 이해부족
마지막으로 번역자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일본 출판물에 대한 이해부족입니다. 일본의 출판물에 있어 가장 큰 경향을 하나 들어보자면 그건 외래어의 차용을 들 수 있지요. 가령 '목욕 수건'이라는 말이 있으면 이 말을 '베스 타올'이라고 바꾸어서 부르는 것이 일본 출판물의 특성입니다. 속된 말로 겉멋 들려보이는 표현들이지요.
그러나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러한 표현법을 강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주인공들이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간 오히려 외국어를 좋아하는 시시한 인물이라는 설정에 딱 어울릴테니까 말입니다. 즉 이러한 표현들 대신 한국의 실정에 맞는 번안이 필요한데,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번역자는 직역하고 밑에 주석을 다는 수준낮은 번역을 해주고 있더군요.
이외에도 맞춤법이 틀린다거나 문장을 너무 길게 만들어 호흡을 끊게하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고작 80페이지밖에 읽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이니 앞으로 남은 페이지가 정말 두렵게 느껴집니다. 남의 직업에 대해 모라할 처지는 안되지만, 독자로서 그리고 6천원을 주고 물품을 구입한 구입자로서 번역자의 교체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더이상은 못참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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