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엽기인걸 스나코

2006. 10. 12. 02:46Animation/Ani-Review

하야카와 토모코씨의 원작, '엽기인걸 스나코(야마토 나데시코 칠변화)'가 인기에 힘입어 얼마전 애니화되었습니다. 코단샤(講談社)의 잡지 '별책 프렌드'에서 연재되고 있는 이 작품은 니노미야 토모코 作 '노다메 칸타빌레'와 더불어 엽기소녀의 새 장르를 열어가고 있는 작품이지요. 부재 '야마토 나데시코'란 우아하고 이상적인 숙녀를 나타내는 단어로 작품에서 꽃미남4총사가 스나코에게 바라는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줄거리로는 남자친구에게 '추녀'라는 말을 듣고 차여버린 스나코가 고모가 출장간 사이 꽃미남 4총사들과 살게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모음집입니다. 스나코는 차인 이후로 외모엔 관심이 없고, 오히려 '눈부신 생물'들만 보게되면 코피를 뿜어낼 정도로 면역력이 없는 소녀입니다. 게다가 공포물 매니아라서 그녀가 가는 곳엔 음참한 기운이 가득~ 이 작품의 포인트는 평소 SD캐릭터 수준으로 별볼일없이 돌아다니던 스나코가 위급하고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면 누구라도 반할정도로 예쁜 미소녀로 변신(?)한다는 것. 이런 극단적인 대비와 하숙비를 위해 이러한 변신을 지속시킬려는 꽃미남 4총사들의 노력이 주요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애니판에서는 이러한 포인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운 감이 있네요. 감독으로는 '엑셀사가'로 유명한 나베신 감독이 담당하였는데, 이 분은 좀 극단적인 과장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원작과는 엊갈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 예로 아래 두 장면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 장면은 스나코가 쿄헤이군을 가위로 찔러 죽이려는 장면입니다.

우연히 동거인이 된 스나코는 잠을 자고있던 코헤이군을 향해 날카로운 가위를 휘둘렀다.

어때요? 그림이 아닌 단순한 글귀만 보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과 같다고 느끼실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장면에서 공포감이 아닌 웃음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스나코가 가위를 휘두르는 이유는 눈부신 생물때문에 자신이 녹아버릴거라는 엽기적인 이유로 가위를 든 것이니까요. 이처럼 스나코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분위기로 무대를 조성한 뒤에 그 속내를 판타스틱한 혹은 엽기스러운 내용을 채워넣음으로서 겉과 속이 정반대인 하나의 개그를 완성시킵니다.

그러나 애니판에서는 이러한 요소가 가미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동일한 장면인데, 여기선 스나코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중세시대에서나 볼수 있는듯한 대형 낫으로 쿄헤이군을 죽일려고 합니다. '가위'라는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현실상의 물건과 판타지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듯한 대형낫. 이러한 두 요소만 보아도 원작과 얼만큼 괴리감을 가지는지 알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을 엽기물로 만들다보니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는 요소들도 등장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고스로리. 이상한 문어춤을 추는 꽃미남 4총사 친위대인데, 글쎄요.. 두차례나 등장씬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아 이후에도 다시 등장할 소지가 다분한데,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듯합니다.

일단 이 작품이 고교생들이 주인공인 만화이긴 하지만 학교생활은 여러 에피소드중 하나일 뿐이거든요. 1쿨이라는 한정된 분량에 원작을 다 소화해내기도 힘들터인데, 학교생활 부분에서만 볼 수 있는 제한된 오리지널 캐릭터는 조금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번 2화를 보니 작화수준 역시 걱정해야될 한가지 요소로 부상하였습니다.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제작을 담당하였는데 2화부터 작화가 여지없이 무너져내립니다. 극도의 생략은 나베신 감독의 의도라 하더라도, 퀄리티가 유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생략은 작품을 그런 곳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 싸구려 작품이라는 티가 나게 합니다.  정말 보기가 민망할 정도의 작풍이던데, 이런 부분은 경계를 해야할 듯하네요.

결론적으로 의도는 좋았지만 이 작품은 나베신감독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인상입니다. 극단적인 판타지만을 추구하는 나베신감독과는 달리 원작은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내면적인 일탈로 팬들을 끌어모으니까요. 원작을 읽으신 분이라면 그 괴리감에 몸서리칠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