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영웅, 슈퍼맨 리턴즈를 보고.

2006. 7. 26. 13:02Issue/Movies


1938년 처음 등장한 이래, 미국인들에게 끊임없이 '최고의 영웅'이라 불리는 슈퍼맨이 근70여년만에 다시 등장하였네요. 스파이더맨2, 배트맨 비긴즈, 엑스맨에 이어 영웅들의 복고풍 바람이 올해도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꺼려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악당을 무찌르고 마지막엔 언제나 해피엔딩이라는 고정된 플롯을 보며 편안하게 즐길수 있는 몇 안되는 영화임에는 분명하죠.

이번 '리턴즈'에서는 주인공도 좀더 세련되게 변했군요. '게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요즘 시대에 알맞는 꽃미남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쫄쫄이 타이즈는 여전히 좀 아니지만.. 꽤 오래전 국내에서 방영된 슈퍼맨의 경우, 근육질의 다소 마초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영웅이었는데, 요즘 그런 모습은 '근육질의 바보'라고 생각하지, 여자들에게 영 인기가 없잖아요. 역시 영웅이 될려면 일단 겉모습이 중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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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대략 5년만에 고향별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클라크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돌아오니 회사는 짤려서 겨우겨우 다시 재입사할수 있었고, 로이스는 어느새 재혼, 애도 한 명 딸렸군요.(전작 TV시리즈 Lois and Clark에서 슈퍼맨과 로이스는 결혼을 하지요) 게다가 그녀가 쓴 '슈퍼맨이 필요 없는 이유'라는 기사는 퓰리처상까지 받은 상태이고.. 영웅의 좌절일까요. 슈퍼맨의 첫 분위기는 어둡게 지극히 현실적으로 시작됩니다.

흔히 영웅이라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지구만 지키면 되는줄 알지만, 대인문제, 애정문제, 심지어 가족사까지 그들도 사람이기에 많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지요. 대표적으로 스파이더맨이 이러한 문제에 직관적으로 잘 접근하고 있습니다. 반면 슈퍼맨은 그동안 이러한 문제에 대해, '영웅이니까'라는 말로 문제를 회피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다루게 되었군요.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때마침 벌어진 사고에서 로이스를 구하고 멋지게 복귀에 성공한 슈퍼맨은 다시금 시민들의 영웅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미 가정을 이룬 루이스는 슈퍼맨을 예전처럼 대할수 없게되지요.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엊갈리기만 합니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

한편, 악당 렉스도 재등장합니다. '이전보다 더욱 어둡고 복수에 불타는 인물이지만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는' 렉스는 그말 그대로의 결말을 맞이하는 악당이지요. 아무튼 초반엔 잘나갑니다. 이전 슈퍼맨에게 잡혔으나 슈퍼맨이 법정에 등장하지 않는 바람에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렉스는 어디서 주어온 보물지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슈퍼맨의 아버지가 남겨준 유산을 찾아 몽땅 꿀꺽해버립니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바로 땅장사!

한국의 부동산 투기바람이 여기에도 분 것일까요. 봉이 김선달처럼, 바다 한 가운데 수정으로 된 땅을 세우고 그 땅을 팔아먹겠다는 그의 야심찬 계획은 은밀하지도 않고, 어설프지만 강렬하게 시작됩니다. 이 영화를 보실땐 논리는 잠시 접어두세요. 머리 아픕니다.

아무튼 땅을 만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역시나 슈퍼맨에게 걸리고 말죠. 하긴 그렇게 큰 땅을 안걸리면 바보;;
그러나 렉스에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크립톤 광석. 이 크립톤을 흡수한 수정덕에 동네 양아치에게도 쪽을 못쓰는 슈퍼맨을 렉스박사는 의기양양하게 무찌르고 말죠.

그러나 역시나 영화인 관계로 구사일생, 다시 돌아와 두 손으로 섬을 번쩍 든 슈퍼맨은 우주밖으로 그 섬을 날려버리죠. ( 동네 양아치에게 당할만큼 힘도 못쓰던 슈퍼맨이 어디서 그런 힘이 낫는지는 묻지마세요. ^^)

다만 감독도 염치가 있었는지, 섬을 처리한 슈퍼맨은 지상낙하!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그러나 역시나 무사히 부활하고, 로이스와 같이 해피엔딩을 맞이하지요.

확실히 이것저것 별 생각없이 보면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현실성을 좀더 살렸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역시 좀 아쉽군요. 개인적으로 마지막에서 슈퍼맨이 죽어버렸다면 더 명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실버스타 스텔론 주연의 람보에서, 람보가 전쟁영웅이 아닌 마약중독에 전쟁공포증을 가진 폐인으로 등장하듯, '슈퍼맨 = 초인'이라는 기존의 공식을 한번쯤 깨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역시나 미국의 영웅이라 조금 힘들었나요..


어찌되었든 이걸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군요. 슈퍼맨의 아들이 새로 추가되긴 하였지만, 로이스와 슈퍼맨은 여전히 평행선이고,.. 역시 속편예감인가요. 자,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편을 기다려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