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나름대로의 평가
2006. 7. 6. 21:21ㆍIssue/Movies
13일간에 걸친 대종상 일반심사 평가기간이 종료되고 이제 후보자들에 대한 투표만이 남았네요. 나름대로 주의깊게 보긴 하였지만, 누구를 뽑아야할지.. 이거 손 떨리는군요.
평가항목은 작품, 감독, 남우주연, 여우주연, 남우주연, 여우조연, 신인여우, 신인남우, 신인감독 이상 9부문입니다. 전문가분들의 평가에 비하면 제 한표는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평가해야 되겠지요. 하여 나름대로 각 부분에 대한 평가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 작품상
후보작으로는 태풍, 친절한 금자씨, 왕의 남자, 웰컴투동막골, 너는 내 운명, 이상 5작이 올라갔습니다. 솔직히 이 부문에서 제일 많이 고민을 했네요.
저같은 경우 영화를 볼때, 스토리성을 우선 많이 따집니다. 일단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어야 거기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할 수 있지요. 연출이나 효과는 그 다음이라고 봅니다.
그런점에서 태풍은 액션에 비해, 그다지 주목할만한 요소가 없어 탈락. 비슷한 이유로 너는 내 운명도 탈락. 친절한 금자씨도 좋긴 하였지만, 영자씨 효과와 복수 3부작의 완결이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많이 받은 것이지, 이제와서 다시 보니까 이래저래 흠집이 많이 보이는군요. 치밀한 준비에 비해 너무 허망한 결과로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결론적으로 왕의 남자와 웰컴투동막골이 남았군요. 고민끝에 웰컴에 투표하기로 했습니다. 스토리성은 둘다 엇비슷하지만 왕의 남자의 경우, 중반 경극씬이 너무 안좋게 보여졌습니다. 적어도 그 씬에선 극의 색채가 완전히 흐트러지더군요. 재주꾼은 끝까지 재주꾼으로 남았어야 하는데, 그 장면에선 재주꾼이 재주꾼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웰컴에선 팝콘씬이 표절한 장면이다라고 시비가 일긴하였으나 비슷한 표현이 이미 오래전부터 등장한바 표절이라기보단 모티브를 따왔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익숙한 장면들을 모아, 한편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고. 왕의 남자가 달리기위한 서킷의 포뮬러 차량이라면 웰컴은 벤츠와 같은 승용차라고나 할까요. 어느 한 부분, 팍하고 튀는 뛰어난 부분은 없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면에선 다른 작품보다 좀더 나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웰컴에 한 표.
- 감독상
감독상 후보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 내생애의 '민규동'감독, 왕의 남자의 '이준익'감독 . 이상 3명을 고민하였습니다. 고민끝에 일단 '민규동'감독님은 아쉽지만 탈락. '내생애...'를 재미있게 보긴 하였지만, 워낙에 평범하고 익숙한 소재들만이 존재하기에 감독 자신의 본연의 색을 드러내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다음은 이준익 감독님. 저와 코드가 맞지 않는지, 연출에 있어 이건 좀 아니다싶은 씬들이 종종 들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전작 황산벌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왕의 남자에 옮겨 놓았군요.
물론 박찬욱 감독님도 만만치 않고요. 좀 약하긴 했지만 복수 3부작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고요. 결국 박찬욱 감독님에게 투표하기로 했습니다. 복수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낼 수 있는 감독도 드물다고 생각되네요.
- 남우주연
남우주연은 왕의 남자의 감우성씨. 이 분외엔 그다지 끌릴만한 배우가 없네요. 사생결단의 류승범씨는 워낙에 좀 아니었고, 태풍도 배우의 연기라고 불릴만한 요소는 좀 부족했다고 보여집니다. 뭐, 후반에 열받아서 자기 스스로 자결하는 씬이 좀 볼만하긴 했지만...
반면 왕의 남자에서 광대 장생역을 맡은 감우성씨의 연기는 확실히 튀어보입니다. 공길에 대한 감정, 권력에 대한 반감과 갈망, 그리고 세상에 대한 한탄.
마지막 연산군앞에서 '징한놈의 이 세상 한판 신나게 놀고 가면 그 뿐. 광대로 다시 만나 제대로 한번 맞춰보자.'라고 말할땐 정말 감동이 북받쳐 오르더군요. 확실히 그의 연기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 여우주연
여우주연은 청연의 장진영씨를 선택했습니다. 최근 청룡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등 주가가 오르고 있는 '이영애'씨나 분홍신의 '김혜수'씨등 쟁쟁한 후보들이 있지만 그래도 장진영씨가 끌리더군요.
김혜수씨는 이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분홍신에서 제대로 된 연기를 펼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연기에 긴장감이 없고 지루해보입니다. 이전 얼굴없는 미녀와는 전혀 딴판이라 생각할 정도로..
영애씨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친절한 금자씨'의 영애씨보단 '청연'의 장진영씨가 훨씬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건 어쩔수가 없네요. 13여년에 걸친 그 치밀한 복수극을 너무나도 평범하게 끝냈다는 것이, 너무 마음에 걸립니다. 친절한 금자씨가 친절한만큼 복수하는 금자씨도 그만큼 독해져야 할텐데, 조금 발란스가 무너졌다고나 할까요.
반면 정진영씨는 야누스적인 얼굴은 보이지않지만, 창공에 대한 열정을 그 마지막순간까지 열정적으로 보여준 점이 마음에 듭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스트롤을 놓지않고 저항하려는 씬은 극 전반에 걸친 창공에 대한 열정적인 그녀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친일문제로 다소 저평가된 면이 있는데,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권해드리고 싶은 영화로군요.
- 신인감독
'나의 결혼 원정기'와 '웰컴투동막골' 이 두작품을 두고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비록 인지도는 좀 낮지만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패막작'으로 선정되는등 그 작품성은 이미 인정된 작품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고민끝에 결국 '웰컴투동막골'을 골랐습니다.
'나의 결혼원정기'는 좀 특별한 세대만이 공감할만한 부분이 많은데 비해, 웰컴은 모든이가 부담없이 즐길수 있거든요. 좀 유치한 이유지만, 그래서 웰컴으로 낙찰... 휴... 힘들었습니다..
이외에 신인여우등 몇가지 분야가 있는데, 이건 비밀~ 그냥 넘어갑니다.
참고로 현재 코리아닷컴에서 인기상투표중에 있고, 일본에서도 코리아닷컴을 통해 인기상 투표에 들어갈 예정이라네요. 21일날 결과가 발표된다는데, 과연 어찌될지...
평소엔 영화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렇게 일반심사위원이라는 명함을 달고 영화를 보니 이전보다 느끼는 부분이 많습니다. 극장에서만 느낄수 있는 그 감동에 마음을 떨기도 했고, 반대로 화딱지나는 관람매너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요. 이 모든게 추억인가요... 아무튼 제손으로 투표한 만큼, 이번 대종상 영화제는 꼭 보아야 겠습니다. 정말 기대가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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