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로 끝나버린 미완의 작품, 태풍태양
2006. 7. 5. 17:20ㆍIssue/Movies
태풍태양은 인라인 스케이트라는 꽤나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있다. 외국에선 X-Sport라는 이름으로 많은 유저층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제대로 탈만한 시설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언더그라운드인 스포츠.
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통해 한 소년의 성장기를 보여주려는 정재은 감독의 의도는 좋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막상 영화로 들어가보면 너무 볼거리가 없는 점이 단점이다. 인라인 스케이트의 초보시절부터 고수시절까지를 1시간 30여분동안 담아내다보니, 스케이트 씬은 정작 담아내기에 급급하다. 무언가 동경할만한 씬이 없다고나 할까. 흔히 농구를 보면 슬램덩크나 에어워크가 있듯이 ‘우와~ 대단하다’라는 감탄이 나올만큼 화려한 장면이 없기에 이 영화는 지루하다.
시나리오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후반부로 들어가면 모기는 방황하고, 한주는 떠나가며 갑바는 군대에 입대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엔딩부분에서 소요가 세계선수권 대회에 나가는 씬이 있긴 하지만, 그 컷 하나만으로 남은 세 사람의 결말을 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본다. 영상미든 시나리오적인 부분이든, 어느 한쪽을 확실하게 해 주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다 놓친 꼴이 되었다.
그리고 한주역의 조이진씨. 현재 신인연기상 후보에 올라가있지만, 나로선 그다지 끌릴만한 부분이 없었던 것 같다.
코의 점으로 날씨를 알아맞히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소녀로 ‘짠’하고 등장하였지만, 그 이후엔 정작 어떤 인물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저 모기와 소요 사이에 묻혀 웃고 떠들면서 묻혀가는 역으로 남다보니, 나중에 소요가 키스할 땐 ‘도대체 이 여자의 어디가 끌리는 거지’라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소요의 성장에 맞추어 좀 더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너무 많은 단점으로 인해 잊혀져버린 작품이다. 크레딧 부분을 보니, 이 영화를 음지에서 생활하는 인라인 스케이터분들에게 바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인라인 스케이트를 쉽게 탈 수 있는 방법이나, 보호구를 항상 착용하여 안전한 스포츠라는 것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보호장비없이 빌딩벽에서 미끄러져 뇌진탕을 일으키는 부분을 보면 과연 이 영화가 인라인 스케이터에게 바치는 영화인지 아니면 음해하는 영화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아쉬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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