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그들만의 시상식인가.
2006. 7. 22. 00:35ㆍIssue/Movies
제 43회 대종상 영화제가 오늘 막을 내렸다. 올해엔 일반심사위원들도 참여하고, 인터넷 투표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지만, 영화제를 마치고 느낀점이란 역시나 그들만의 축제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영화제에 이어 흥행으로 작품성을 평가하는 악습은 여전하고, 민간인을 통한 일반심사까지 참여시켰지만 공정성과 작품성 시비는 올해에도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왕의 남자가 10개부분에 노미네이트되어 상을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하면서 공정성 시비에 막을 올렸다. 이전 청룡영화제에서 작품력을 검증받고 백상영화제에서 왕의 남자와 상을 다투었던 경쟁작들이 줄줄히 '노골드'의 수모를 당한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왕의 남자가 받은 상은 다음과 같다.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신인남우상, 시나리오상, 촬영상 이상7가지 부분에 국내, 해외 인기상이 더해져 10관왕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10관왕에 오를정도로,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작품일까. 작품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
우선 동성애적 코드에 사극의 결합이라는 것은 이미 몇십년전에 '패왕별희'를 통해 관객에게 보여진 특별하지 않은 알려진 코드이고,이것은 극중 경극씬을 통해 다시 한번 재확인된다. '패왕별희'를 본 관객이라면, 왕의 남자가 이 작품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나리오상을 받았다. 좀더 특별하고 독창적인 시나리오라면 음란서생이나 웰컴투동막골이 더 파격적이었음에도 말이다.
신인남우상에 들어가면 공정성 이전에 후보심사에 대한 시비가 먼저 불을 붙는다. '주연급 출연작품 다섯편 이하 출연'이라는 규정에 의거하여, 원로(?)격에 들어가는 중견배우들이 신인배우 후보로 등장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연기 12년차인 공현진씨가 후보자 인터뷰를 통해 '영화 12년째인데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 말은 단순한 농담으로 흘려듣기엔 뼈가 있는 말이다.
인기상의 경우, 국내/국외로 나뉘어 인터넷 투표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이 역시 조작시비에 휘말린 것이 안타깝다. 2004년에도 공정성 시비가 일어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네티즌에 따르면, 장동건씨의 표에 순식간에 5천표 몰표된 사실이 발견되었다는데, 이런 것을 보면 암중으로 무수한 비리행위가 행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포털과는 달리, 일본이나 중국측 사이트의 경우, 별다른 인증제도가 없이 간단한 이메일 기입으로 회원가입이 가능한바, 적절한 보안책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한 작품상이나 감독상도 여전히 '흥행'이 수상의 주요요소인지 의구심이 들게하는 장면이다. 국내 흥행에는 실패하였지만, 베니스 영화제에서 '영라이온상'과베스트 이노베이티드 필름상 1을 수여받은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 단 한개의 상도 수여받지 못하는 혹평을 받았고, 지난 청룡영화제 수상작인 '너는 내 운명'도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2
물론 청룡영화제나 베니스 영화제에 왕의 남자가 출품되지 않았기 때문에 극단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이 감독상을 받아야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야기의 흐름이 원할하지 못하고,(초반 초선의 역활이 공길에게 넘어가는 장면을 제대로 연출하지 못해, 후반부까지 초선의 흐름이 이어진데에다가 중반 경극씬으로 인해 극의 색채에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보인다. 또 후반부 공길의 자결씬등 흐름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무의미한 의도되지 못한 연출씬이 눈에 띄인다.)
초반 장길과 공생의 미래를 암시하는 부분인 장님씬을 오마주 형식이긴 하지만, 남의 아이디어를 빌려 사용했다는 점에서 감독상을 받을만큼 완성도가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 흥행과 작품성은 별개의 문제로 심사해야 되는데, 대종상에서는 자꾸 이 부분을 혼동하는것같다.
물론 이와같은 의견은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심사관의 의견과는 달라질수 있다고 본다. 허나, 베니스 영화제등의 해외 출품작들을 비롯해 백상영화제나 청룡영화제 수상작들이 줄줄히 패배의 쓴잔을 마신 것을 보면, 일반인들의 공정성 시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보인다.
또한 이번 대종상 영화제에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관람매너.
이번 대종상영화제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일반인 참가기회를 대폭 확대하였다. 그리하여,다수의 비영화관계자들도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는 영광을 안았는데, 일부 특정팬들의 과도한 배우사랑은 눈쌀을 찌푸리게 하였다.
특정 배우가 지목될 때마다 함성을 지르면서, 그외의 배우가 상을 받을때는 야유를 하거나 침묵하는 대종상을 보면 정말 창피할 따름이다. 이 대종상 영화제는 중국, 일본등 해외로도 방영된다고 하던데, 국내 영화인들의 수준을 '비열한' 수준으로 낮추어버리는무책임한 행동은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동시에 배우들의 참여의식도 이번 영화제를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상당수 연기자들이 수상소식을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에나오지 않는 별로 유쾌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였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대부분 영화촬영으로 바빠서 참석을 못했다는등 갖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아니라고 본다.
영화를 제작 뒤, 시사회에선 영화를 잘 평가해 달라고 일일히 찾아가 손수 부탁하면서도 정작 영화를 평가하는 자리에선 나몰라라하는 연출은 연기자의 자세가 아니다. 안성기, 임하룡씨를 비롯해 다수의 원로배우들은 시간이 남아서 참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스스로 영화를 즐기지 못하는데, 팬들에게 영화를 즐겨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본다.
특히 최근 스크린쿼터 문제로 영화제가 시끌벅적하던데, 5분도 못할 1인 시위를 하느니, 영화제에 참석해서 인터뷰 한마디 하는 것이 얼마나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 그대들은 영화인이기 때문에 더 잘 알지 않은가. 반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대종상 영화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영화제였다고 본다.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공정성이 의문시되는 몰아주기식 수상, 부족한 관람매너등,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적라나하게 보여주는 시상식이었다고 본다. 최근 해외로 한국영화들의 러시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축제의 장이 축제가 아닌 시비의 장으로 변모한다면 더이상의 희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영화계가 좀더 각성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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