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5. 22:54ㆍIssue/Society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주말마다 항상 지켜보던 무대가 있었다. ‘나는 가수다(나가수)’라는 무대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노래도 이렇게 호소력을 갖출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준 무대, 나가수는 나에게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최근 영입된 멤버를 지켜보고 있자니, 이 프로그램이 시시하게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든다. 단순히 기우라고 보기엔 외면하기 힘든 문제, 그 중심엔 옥주현씨가 있다.
문제의 포인트는 바로 그것이다. 옥주현을 가수라고 부를 수 있는가? 가수는 노래를 직업으로, 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말한다. 적어도 나가수는 이러한 원칙에 충실한 캐스팅을 진행하여 왔다. 록으로써 전설이 된 윤도현 밴드나,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콘서트를 준비중인 임재범 선생님, 일선에선 한 발자국 물러섰지만, 실용음악과 교수로서 여전히 노래를 인생으로 삼은 BMK. 누구하나 버릴 것 없이 그들 모두 가수들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옥주현을 가수라고 말할 수 없다. 과거엔 분명 가수였을지 모른다. 적어도 2004년 2집 앨범 'L` Ordeur Original'가 발표되었을 때만 하여도 그녀는 가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단연코 아니다.
2005년 이후, 그녀는 뮤지컬 배우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그 해 출연한 뮤지컬 아이다는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을 수상받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꾸준히 연기자로서 활동하며 수상내역을 이어갔다. 기록에 남겨진 그녀의 수상이 그녀의 삶을 증명한다. 최근에는 뮤지컬 배우로서 '제4회 뮤지컬 어워즈 홍보대사'도 겸임하고 있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나가수에 동참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는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뮤지컬 무대라면 몰라도.
같은 이유로 나가수는 마니아성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며, 옥주현을 선택한 신PD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가수는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도 대중성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단지 아이돌만 출연하지 않았을 뿐이다. 체리필터이후 공중파 방송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밴드가 등장하고, 떼창하는 아이돌이 아닌 솔리스트의 발라드 무대가 이어진다.
아울러 지난 주 무대에선 박정현이 아일랜드풍의 포크록으로 부활의 소나기를 새롭게 해석하였고, 김연우는 자신의 스타일에 펑키한 감성을 입혔다.(무음 독창은 전율 그 자체였다.) 또 김범수는 어떠한가. 라이브 무대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고음으로 매번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무대를 단순히 마니아들이 즐기는 프로라고 단정지을수 있을까.
신 PD는 MBC 표준FM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출연해 "기존 가수들을 다 엎고 시즌2·시즌3로 갔을 때 아이유·태연·효린 등 아이돌 가수를 모아서 노래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이다.
'지금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가수들은 노랫말 한 구절 한 구절에 담긴 의미를 자신의 인생 속에 담아 감정 표현이 가능한 가수들이다. 청중들은 그들의 가창력에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정성에 감동하는 것이다.' 어느 익명의 제작자가 말한 그 한 마디는 바로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에는 인생을 가수로서 살아가고, 앞으로 살아갈 진짜 가수만이 그 자리에 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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