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호동을 지지한다.

2011. 9. 14. 02:10Issue/Society

정치가도 아닌 연예인에게 ‘지지한다.’라는 거창한 표현을 써도 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강호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악재들은 그를 동정하고 또 지지하게 만든다. 내가 보아온 강호동은 언제나 성실한 도전자였다. 10여 년 전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예능계에 뛰어들었을 때, 운동선수는 사업하면 망한다는 속설을 비웃듯이 사업가로서 변모하였을 때... 그는 늘 성실함으로 세상에 맞섰다. 그래서 그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그러하기에 최근 세금 누락을 두고 벌어지는 그의 험담이 가슴 아파 온다.

몇 달 전이라면 나도 그 대열에 동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주 기초적이지만, 회계를 공부하는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그를 비난할 수 없다. 그가 말하는 과소납부가 왜 발생하는지 조금은 이해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회계가 수학인줄 알았다. 영화 속 회계사의 모습은 수학자와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회계를 표현하자면 감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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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출장을 갔는데, 유류비로 5만원이 나왔다. 이 비용을 출장비 항목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평범하게 생각한다면 출장을 목적으로 소비한 돈이니 출장비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평범한 직장인은 이쯤에서 생각을 멈춘다. 경리부에서 처리할 일에 신경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계사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구입한 기름 전부가 단 한 방울도 남김없이 출장에만 사용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인정할 경우에도 문제다. 통상적으로 출장비 항목에 포함시켜야 되지만, 규정에 없는 경우 자비부담이 아닌 이상 다른 항목에 넣어야 하는데, 제잡비나 운영비 같은 간접비 항목에 포함시킬 지 아니면 직접비 항목에 포함시킬지도 결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프로젝트 수행에 따른 비용이라면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5년까지 주관기관의 감사를 받는 만큼,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항목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회계사는 돈을 지출하는 타이밍도 따져야 한다. 특히나 회사라면 대차대조표의 균형과 CEO의 오판을 피하기 위해 해당 돈이 어느 시점에 지출하는 돈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회계사의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강호동의 과소납세도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다. 출장비로 신청했는데, 인정되지 않았다면 공제액이 다르니 세금을 더 내라고 통지가 나온다. 직장에서 한 번쯤 경험하는 매우 단순한 문제. 분명 누군가 책임은 져야 하겠지만, 그것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큼 큰 실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다.

남을 비난하는 일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실수를 용서하지 않고 처벌에만 앞장선다면 그 누구도 실수를 감출뿐 사과하지 않으리라. 믿음은 중요한 것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은 상처받고 힘들 수는 있어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나는 강호동을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그가 다시 연예계로 복귀하였을 때, 박수를 치며 환영하고 싶다. 힘내라, 강호동! 나는 너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