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결방,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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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PD수첩 시간에 VJ 특집이 방영되는 것을 보고, 또다시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전일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다는 뉴스를 들은터라 PD수첩의 결방이 더욱 가슴아프게 다가옵니다. 예정대로라면 이 날 PD수첩은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을 방영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의 독단에 의해 방송이 저지되었고, 사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회사의 사장이 방송중단을 내릴수 있지도 않는가?' 뉴스를 보며,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 국내 기업 상당수가 '사장 = 오너'라는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이런 오해를 많이 하시더군요. 그러나 MBC에서는 적어도 이 말이 틀린 말입니다. MBC의 사장은 편집과 방송에 일체 관여할 수 없습니다. 이는 MBC가 20여개 문화방송과 함께 가입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협약의 3장(공정방송) 21조(방송의 독립성 유지) 3항을 보면, 편집과 방영에 관한 권한이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3.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실장에게 있으며, 각 사의 경영진은 편성․보도․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실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사실확인을 위해 방송을 결방했다는 이진숙 홍보국장의 변명도 궁색하기만 합니다. 대본은 심의단계에서 이미 공개된 상태이고, 영상 역시 완성본이 편성실로 넘겨져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상태인데, 그동안 왜 확인하지 않았는지 무척 궁금하군요. 제가 알기론 방송전에 자체심의와 법률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불과 몇시간 전에 법원 판결로 사실 적시 여부가 보장된 상태에서 권한이 없는 사장이 편집권에 관여할 수 있는지도 부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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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운 PD는 트위터를 통해, '이 상황은 1990년 pd수첩 첫해 우루과이라운드를 다른 방송이 불방되어 제작거부까지 간 이래 20년 만의 상황입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러고보니 1990년과 2010년, 사람은 다르지만 사건은 너무나도 흡사하군요.

1990 년 9월 4일, PD수첩은 우루과이 라운드와 농촌의 현실을 취재한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편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방송은 예고편까지 다 나간 상태였고,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 그대로 방영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은 결방되고 맙니다. 당시 노태우 정권에 의해 낙하산 인사로 들어온 최창봉 사장이 결방을 지시한 것이지요.

사건은 노조원 2명이 해고되면서 더욱 악화되었고, 1992년 MBC 50일 파업의 도화선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기록을 찾아보니, 손석희 교수님도 파업에 동참하다 수감되셨더군요. 그러나 경찰의 강제연행과 사측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해직자 복귀및 공정방승 협의로 마무리되었고, 최창봉 사장은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채 쫓겨나고 맙니다.

2010년, 지금의 상황도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1990년이 노태우와 민자당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시절이었다면, 지금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으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지요. 부실경영의 미끼로 서영훈 사장이 해고된 것처럼, 정연주 사장이 해고되는 과정도 동일하고, 빈 자리에 모두 친정부 성향의 인사가 낙하산 인사로 왔다는 사실도 똑같습니다. 그야말로 20년전 사건의 재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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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의 결방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사건이 언제든 나에게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이 어느날 아무 이유없이 사라진다면? 그 때에 가서 나와 상관없는 사건이었다고 말할수 있을까요. PD수첩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생각만큼 거창하지 않거나, 혹 내가 생각하는 바와 달라서 보기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 싫더라도, 누군가 보고싶어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말할 권리는 보장되어야만 합니다. 그것이 결코 부정되어서는 안됩니다. PD수첩,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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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행운 PD님의 트위터 : http://twitter.com/luckypd
- 전국 문화방송 노동조합 : http://mbcunion.or.kr/data.asp?mc=M0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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