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오바마, 링컨 그리고 이명박.

2009. 8. 31. 23:39Issu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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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지도자의 자질은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폭군 혹은 성군으로 불린 여러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면, 서로간에 비슷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한니발, 나폴레옹과 같은 지도자들은 아군에게도 엄격함을 강요한 공포정치의 대명사였고, 스키피오, 링컨, 유비와 같은 지도자들은 적조차도 동지로 삼을 정도로 유연한 성격의 지도자였습니다. 공포와 사랑, 서로 다른 가치이지만, 지도자가 되기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랑으로서 리더쉽을 발휘한 지도자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서거하신 고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이라크 부대 방문 중, 아버지라 부르며 뛰어든 한 청년을 '그래, 내 아들아'라고 하며 따스하게 받아들이던 모습이나, 퇴임후 농사를 지으며 직접 국민들에게 다가서고자 했던 모습들은 역대 그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사랑스럽고 희망에 찬 모습이었습니다. 그 참신함에 저는 그 분을 존경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론 두려움도 있습니다. 과연 다른 사람들도 노무현 대통령을 존중해 줄까하는 두려움 말이지요.

'대한민국은 왜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수 없을가?' 얼마전 반쯤 호기심삼아 읽은 책의 제목입니다. 저자는 현직 기자출신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현장과 이명박 대선 캠프를 두루 취재한 박성래라는 분입니다. 뜬금없이 책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책이 제가 가진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풀어준 책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은 직설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분들에겐 조금 민망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핵심을 뚫는 저자의 말 한마디는 결코 허투로 넘길수가 없군요. 저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실패한 지도자라고 합니다. 하나는 지지자의 이익을 빼앗아 적을 늘렸다는 것이고, 둘째는 적에 대한 오만함으로 존중의 태도를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는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느낌을 공감하며, 그들의 동기와 욕망을 이해할 줄 아는 남다른 재능을 가졌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 권력의 조건 811쪽 -

위 문구는 노무현 대통령도 몇 차례 언급한 바가 있는 링컨에 대한 평가 중 일부입니다. 문구를 보면, 평소 정적에 대해 링컨이 어떤 태도를 갖추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 링컨 대통령은 선거에서 패한 정적도 차별을 두지않고 기용하였으며, 심지어 그가 선거에 나가 반대편에 설지라도 존경심을 버리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선을 그었습니다. 그리고 선 바깥쪽에 있는 적에 대해선,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그들을 비난하였습니다. 이러한 화법은 평소 지지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으나, 정적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매우 불쾌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이라는 방패가 사라졌을 때, 노 대통령은 그 어느 대통령보다 더 큰 역풍에 직면해야만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보다 조금 발전한 케이스입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라는 대선 당시의 프렌차이즈처럼 그의 언사에는 늘 겸손함이 묻어납니다. 앞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후, 인터뷰를 가졌을 때 '변화에 대한 위임을 받았다.'고 조심스러운 발언을 한 그의 모습은 예전의 링컨 대통령처럼 성공적인 정치가도를 달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사랑과 존중으로 대접받는 지도자가 있다면 그 반대의 지도자도 있습니다. 바로 공포로서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의 모습인데,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현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하였습니다. 요즘같은 시기에 이런 민감한 표현을 해도 될런지 모르겠네요.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고, 사태를 무시하는 졸렬함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일어났을 때에는, 질 좋은 쇠고기가 왔다며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것이나, 멜라민 파동 때, 음식물에 멜라민 표기가 안되어 있으니 안전하다는 식의 동문서답을 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졸렬함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졸렬함. 평소 쥐라는 말을 자주듣는 대통령이다보니, 이 말만큼 그를 잘 표현한 단어는 없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졸렬한 대통령은 존중받는 지도자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친절한 저자는 충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청와대에서 이 책을 꼭 구입하였으면 좋겠군요. 지도자로서의 가치, 법치주의가 확립된 근대사회에서 영웅과 같은 지도자의 모습은 더이상 떠올릴수 없지만, 아직도 시대는 미래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지도자가 그에 어울리는 모습일까.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기는 밤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지도자가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리더라고 생각하시나요? 의견을 모아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