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보물상자, '대한민국 IT史'을 읽다.

2009. 11. 23. 04:25Issu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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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국의 IT 문화는 어떻게 발전하였을까. 요즘은 인터넷으로 책도 구입하고 계좌이체에 공문서 발급도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지만, 90년대까지만 하여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메일 확인과 게시판 보기가 전부였습니다. 통신요금이 두려워 갈무리 기능이 보편화되었던 그때로부터 기가급 영상이 빨리 안받아진다고 투정부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보아온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여기 추억의 보물상자와 같은 책 한 권이 있습니다. 블로그 IT 문화원을 운영하시는 김중태님이 최근에 집필하신 '대한민국 IT史 100'이라는 책입니다. 10대들에게는 다소 별세계같은 이야기이고, 4,50대 분들에게는 지루함을 줄 수 있는 이 책은, 80년대 태어나 격동의 세대를 살아온 저에게 추억의 달고나와 같은 달콤한 그리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대학교때 공짜로 쓸수있어 너무 기뻤던 추억의 새롬데이터맨, 어렸을 때 아버지가 처음 사주신 8비트 대우 컴퓨터. 컴퓨터켜면 바이러스 감염된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바이러스 대란이나 이제는 볼 수 없는 라이코스 광고... 한 때 직접 경험하였던 일들이 또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좀더 색다른 시각으로 다시 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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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있습니다. 윈도우 95는 원래 조합형 한글을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완성형 한글로 계획이 바뀌는 바람에 제대로 된 한글을 쓸 수 없었다는 사실. 이로인해 '쿽'을 '쿼크'라고 쓰면서 발음만 '쿽'으로 하는 이상한 사태도 발생하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행히 그런 문제는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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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띠앙과 인터피아의 몰락도 관심있게 읽은 부분중 하나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이트 모두 제가 가입해서 이용하던 사이트로군요. 네띠앙에 대해선 제 블로그에도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네띠앙의 침몰이라는 제목으로 2006년 작성한 글인데, 당시 전 이렇게 적어놓았군요.

'심마니, 네이버, 네띠앙, 드림위즈, 한미르, 라이코스, 야후, 한메일.. 당시 IT업계를 주름잡던 국내 대형 사이트들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과연 몇이나 살아남았을까.. ' 2009년 현재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사이트는 야후, 다음, 네이버가 전부입니다. 정말 그 많던 사이트들 다 어디로 갔을까요...

시대는 흘렀고, 이제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오늘의 현재가 아닌 어제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내일, 혹은 몇 년 뒤 이 책을 꺼내 다시 읽으면 이 책이 더 소중해질 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오늘의 이야기를 내일의 과거로 기록하겠지요. 언젠가 저도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날이 있기를 조금은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