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드래곤 라자, 그 성공에 대한 이야기

2009. 6. 24. 18:56Issu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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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해리포터'를 모르시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10년간 책과 영화로 시리즈를 이어나가며, 전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던 해리포터. 하지만, 무명의 작가였던 조엔 롤랑이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처음 출간하였을 때, 이 작품의 성공을 확신한 이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본인 자신도 말이죠.

어린이가 보기엔 너무 두꺼워 보였던,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나도 유치해 보이는 겉표지가 신경에 거슬렸던 해리포터. 하지만, 그 모든 결점에도 해리포터는 성공하였습니다. 지금 해리포터는 64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고, 영화 제작을 위해 해리포터 라이선스를 사들였던 워너 브라더스는 지금까지 제작된 영화 수익만 하여도 50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가히 미키마우스에 버금갈 만한 영향력입니다.

해리포터와 바이럴 마케팅

해리포터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따지자면 열 손가락을 넘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인터넷의 네트워크 문화에 주목한 이가 있습니다. '스토리 노믹스(원제 : 'Harry Potter : The Story of a Global Business Phenomenon)'의 저자 수잔 가넬리우스가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수잔은 해리포터가 성공할 수 있던 두 가지 이유로 저자인 조엔 롤랑과 해리포터의 라이선스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의 마케팅 기법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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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엔 롤랑은 뛰어난 작가이자 유능한 사업가였습니다. 그녀의 첫 작품은 명망 높은 작가들 못지않게 탄탄한 스토리와 독특한 세계관을 가졌고, 사람들이 그녀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주목하는 동안 그녀는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해리포터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사업가로서의 그녀의 자질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해리포터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곳에서는 단호하게 대처하였습니다. 당시 트랜스지방으로 비난받던 맥도널드에 대해 해리포터 사용을 허가하지 않은 것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 그녀가 극단적 긍정과 극단적 부정이 난무하는 인터넷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신기한 일이기도 합니다.

기업들도 변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초기 해리포터의 라이선스를 가진 기업들은 자기 외에 그 누구도 해리포터와 그에 대한 이미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곧 그것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은 너무나 넓었고, 해리포터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매 순간 실시간으로 공유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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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통제는 반대로 복이 되었습니다.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가진 촬영장 사진이나 저자, 그리고 배우들에 대한 소식을 블로그와 BBS를 통해 공유하기 시작하였고, 그것은 영화가 개봉되지 않을 때에도 해리포터를 주목하게 되는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엠마 왓슨을 비롯한 배역들은 곧 스타가 되었고 말이죠. 좀 더 극성스러운 팬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동인지를 그리거나 패러디 영화를 제작하여 공유하기 시작하였고, 해리포터의 세계관은 점차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해리포터는 단순한 한 권의 책이 아닌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스토리노믹스의 저자, 수잔은 해리포터의 성공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성공적인 브랜드 이미지 창조에 결정적인 것은 이와 관련된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브랜드의 메시지가 일관적이지 않다면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일관성 없이는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로부터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고, 소비자 충성심에 있어서 두 가지 중요한 요소인 안정성과 확신성을 얻을 수 없다.”

해리포터는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단호하였고, 동시에 이러한 이미지를 확장시키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데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린아이들의 전유물로만 느껴지던, 판타지 세계의 마법사 이야기가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야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죠.

해리포터와 드래곤 라자

해리포터의 성공을 지켜보면, 문득 해리포터와 비슷한 길을 걸었으면서도 2% 부족했던 소설 하나가 떠오릅니다.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가 그것입니다. 드래곤 라자의 성공은 해리포터보다 몇 년 더 앞서 이루어졌으며, 그 방식 또한 매우 유사합니다. 판타지 소설이라는 편견 속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소설이 입소문을 통해 들불처럼 번지면서 매주 베스트셀러 기록을 경신하였고, 그 인기에 힘입어 '퓨처워커'와 '그림자 자국'이라는 두 번의 속편이 제작되었습니다. 또 작품은 온라인 게임 '드래곤 라자'로 제작되기도 하였으며, 게임과 소설 모두 일본으로 수출되어 나름대로 성과를 얻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래곤 라자는 이와 같은 성공에도 해리포터가 되지는 못하였습니다. 초기 작가가 언급했던 작품의 한계성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비영문권에서 출발한 규모의 경제에서 밀렸기 때문이지요. 워너 브라더스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면, 아마도 미래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해리포터가 더욱 부러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