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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Book

꿈꾸는 인형이 현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꿈꾸는 인형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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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작가의 놀라운 필력에 감동한 적은 있지만, 작품이 아닌 작가가 부러운 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즐거운 경험을 글로 엮어 책으로 펴낼 수 있는 행운아가 과연 국내에 몇이나 있을까? 오늘은 인형의 집에 사는 작고 독특한 인형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인형 수집가이자 동화작가인 김향이 작가의 ‘꿈꾸는 인형의 집'이 내 손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까닭은 특별한 사건이 아닌 그저 우연에 불과했다. 위드블로그에서 서평을 해 줄 블로거를 모집한다기에 응모해 보았고, 운 좋게 당첨되어 택배기사 아저씨로부터 책을 건네받은 것이 사건의 전부이다. 책을 받았을 때는 약간의 흥분도 있었지만, 나는 이 책을 곧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뚱뚱하고 못생긴 인형의 모습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영영 사라질 뻔한 이 책이 다시금 빛을 보게 된 날은 마감을 얼마 앞둔 저녁 무렵이었다. 퇴근 후, 커피 한 잔을 데우며, 무심코 읽어버린 책. 고작 10여 분 만에 읽어버린 작품은, 왜 그렇게 이 책을 싫어했는지 나를 자학하게 한다. 이 작품은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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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어느 시골 마을의 인형 집을 배경으로, 서로 제각기 다른 모습의 인형들이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형들의 이야기는 서로 연관성이 없고, 결말이 허무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구성을 좋아한다. 누군가 어떤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지도 않으며, 이때 웃으라고 재촉하는 법도 없다. 어찌 보면 독자를 철저한 방관자로 만들어버린 작품 속 세상은 독자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부여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 고향으로 내려가는 여공이 혼례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쁜이에게 1원 한 장을 지참금으로 쥐어졌던 일, 친엄마를 잊어버릴까 봐 양엄마에게 일부로 심술을 부린 꼬마 존의 단짝 친구 이야기, 자유를 찾아 떠났던 주릴리와 릴리의 모험, 그리고 고양이의 질투로 스타에서 거지가 되어버린 셜리의 기구한 운명. 그것은 상상 속 세상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현실적이고, 현실이라고 생각하기엔 다소 이질적인 몽환적인 이야기입니다. 

작품의 진가는 마지막 끝 페이지에 가서야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반전 중에 반전이라고나 할까요. 그저 삽화에 불과한 인형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고 인형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정말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저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쁜이의 옷 속에는 정말 1원 한 장이 들어 있었고, 셜리가 다친 채 입양된 것도 모두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평소 딱딱한 전공서적과 경영서적만 읽다가, 조금 색다른 작품을 읽게 되니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네요. 장식장 위에 서 있는 제 인형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언젠가 인형의 집에 모여, 다시 한 번 수다를 떨 날을 기대해 봅니다.

P.S ] 김향이 작가 홈페이지 : http://www.kimhyan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