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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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서적을 읽다 보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어려운 단어 때문에 곤란함을 겪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건 상식이니까.'라고 애써 위로하고 있지만, 가끔은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알아볼 만한 경제 서적은 없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책을 읽기 위해 또 다른 공부를 같이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그러다 얼마 전 해냄 출판사에서 출간한 '도시락 경제학'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리 어렵지도 않고 생각을 던지는 글도 많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책에 언급된 몇 가지 이야기들을 소재로 글을 써 볼까 합니다.

독점, 선일까? 악일까?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MS의 독점에 대해 언급한 글이었습니다. MS의 독점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독점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데, 저자의 말에 의하면 '한 개의 기업이 시장을 독차지하는 것을 독과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독점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세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는데, 첫째는 원료의 독점으로 특정 지역, 혹은 기업에서만 생산되는 물품 덕분에 독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요컨대, 쇠고기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생산되지만, 횡성 한우는 오직 횡성에서만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둘째는 국가에 의한 독점으로 우체국과 같이 불가피하게 국가가 인정한 경우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셋째는 자연 발생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으로 MS와 같은 기업이 여기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독점은 나쁜 것일까? 일반적으로 독점은 나쁜 것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경제학자들은 독점의 순기능에 대해 더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이상한 말처럼 들리지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도 맞는 말 같습니다. 만약 윈도우라는 통합된 운영체제가 탄생하지 않았다면, 개발자들은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수십 개의 운영체제에 맞추어 따로 제품을 개발해야 하고, 그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편함도 무척 클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글은 3.0 버전부터 윈도우에 맞추어 출시되었지만, 맥용 한글이나 리눅스 한글이 출시된 시기는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맥과 리눅스에 대한 국내 인지도가 낮은 까닭도 있지만, 새로운 플랫폼에 맞추어 제품을 개발하고 유지 보수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독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이러한 독점의 순기능에 대해 정부가 더 많은 제약을 풀어주기를 갈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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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벗어 달라는 말에,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는 친절한 영자씨;]

물론 그 반대의 시선도 존재합니다. 책에서는 '별로 친절하지 않은 금자씨가 점령한 극장'이라는 재미난 표현을 사용하였군요. 아시다시피 국내 극장가는 CGV가 국내 톱을 차지하고 있고, 그 밑으로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의 몇몇 기업들이 극장가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멀티플렉스라 불리는 체인점 극장의 영향 탓인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이 어느 영화에 손을 들어주는가에 따라 흥행실적도 크게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절한 금자씨는 당시 대장금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영애 씨가 나온다는 이유로 극장에서 밀어준 작품입니다. 예술영화이다 보니 스토리도 난해하고, 관객들에 대한 평가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는 대박을 쳤습니다. 상영된 스크린 수가 워낙에 많았기 때문이지요. 반면 몇 년 뒤에 나온 오세암이라는 영화은 쪽박을 찼습니다. 관객들의 끈질긴 요구에 의해 재개봉이 결정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였지만,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극장에서 지레 어린이용 작품이라 판단하고 스크린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업의 독점이 아닌 관객들의 요구에 의해 스크린이 할당되었다면, 두 작품의 흥행 실적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독점을 바라보는 이 두 가지 시선을 우리는 구조주의와 자유주의라고 합니다. 하버드대를 중심으로 한 구조주의 학자들은 독점의 폐해를 강조하고 있고, 슘페터를 대표로 한 자유주의 학자들이 독점을 통해 기술혁신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렵게만 생각하였던 구조주의와 자유주의라는 말엔 이러한 뜻이 숨겨져 있었네요.

결론은 누가 이겼을까? 현재는 자유주의 학파의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각국의 정부는 독점의 기준을 완화하고 있고, 대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신규기업들이 시장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 장벽을 낮추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신자유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확산하고 있으니, 이와 같은 방침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과연 구조주의자들은 다시금 득세할 수 있을까요? 화두를 던지는 글에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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