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

2009. 5. 23. 14:13Issue/Society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그 분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현다. 그 분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한 애도만이 죽음을 표현하는 일의 전부가 아닐 것이다. 이 글은 그래서 쓰여졌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여전히 방관하고 있는 이들이 조금은 반성하길 바라며 글을 쓴다.

1.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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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SBS의 단독 보도에 의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유서를 남겼고, 유서에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원망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겠는가. 마을에 작은 비석 하나 세워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보도가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그의 죽음에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가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박연차 게이트'는 지난해 7월부터 이명박 정부에 의해 면밀히 검토되고 주도적으로 진행되어 사건 중에 하나이다. 지방에 위치한 재계서열 620위의 신발 공장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이 투입되었다. 조사 4국은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유일하게 탈세 제보를 수사하는 기관으로 '특명 조사국'으로 불리고 있다. 탈세 업무는 부산 지방국세청에서도 조사 3국이 맡고 있는데, 신발공장을 수사하기 위해 지방 국세청이 아닌 중앙 부서가 움직인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그 해 11월, 국세청은 박연차를 242억원 탈세했다는 혐의로 고소하였고, 수사는 검찰총장의 직속부대인 대검 중수부로 이관되었다. 검찰은 중수부 인원을 기존 5명에서 13명으로 늘리면서 대대적인 수사를 하였고, 이후 노무현 대통령 측근에 대한 수사 보도가 연일 언론을 타기 시작하였다. 그의 가족과 친척, 혹은 지인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는 박연차 회장을 눈물 흘리게 하였다.

2.

기존 보수권 계층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조선일보는 '욕설 공화국 3大 주범 1 PC방 2 인터넷 게임 3 좌파 10년 수수방관' 라는 주간조선 기사를 보도하며, 사회의 모든 안좋은 일들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 탓이다라고 악의에 찬 소설을 쓰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언론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쿠키뉴스를 비롯한 일부 진보계열 신문이 '뇌물에 관해서는 깨끗하다'는 유서 내용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삭제한 채, 유서 내용을 공개하는 보수계열 언론사의 태도는 그들이 공정한 보도를 지양하는 기자 이전에 인간이 맞는지 의심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3.

인터넷도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였다. 돈을 받지 않는다고 알려진 한나라당 소속의 국민 소통위원은 일반 시민들에게 '알바'라고 불리며 적대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이와 별도로 그들이 인터넷에 대량으로 유포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비방글은 어느 정도 민심을 잡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그들의 행동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다음 아고라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였지만 뇌물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는 식의 허위 사실이 지금도 유포되고 있고, 기사 댓글에는 그의 죽음에 환호하는 수구 보수 세력의 댓글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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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의 죽음조차 모욕하는 악플러 ]

4.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두고 각 정치권들은 자기쪽으로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기색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트라우마였던 노무현 대통령을 제거함으로서 무척 반기는 분위기이다. 전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몇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공식적인 조의가 표해지지 않은 사실은 이명박 정부가 무능하지 않다면, 그를 얼마나 싫어하였는지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하였다는 점에서 무능력을 드러내었고 그것이 향후 어떻게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으리라 추측된다. 

문제는 촛불 추모제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며, 서울에 대규모 촛불 시민이 모였을 때 이명박 정부는 이를 막아낼 명분이 있을까? 만약 경찰을 투입한다면 물리적인 충돌은 피할수 없을 듯으로 보인다. 혹 추가적인 사망자라도 발생한다면 정권교체를 위한 혁명의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골치 좀 썩어야만 할 것이다.



5. 그의 마지막 유서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책을 읽을수도 없다
원망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겠는가
화장해라
마을 주변에 작은 비석하나 세워달라
나름대로 국정을 위해 열정을 다했는데 국정이 잘못됐다고 비판 받아 정말 괴로웠다
아들 딸과 지지자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
퇴임후 농촌 마을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참으로 유감이다
돈 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이 부분은 깨끗했다 나에 대한 평가는 멋 훗날 역사가 밝혀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처음으로 선출한 나의 우상이었고, 그 분에 대한 나의 평가는 지금도 그 이후로도 여전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현 이명박 정부를 더욱더 용서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분에 대한 추모가 우선인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 나의 유일한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