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통령 전용기 이번에도 반대해야 되지 않을까?

2009. 3. 26. 00:31Issue/Society

WBC 기간에 은근슬쩍 경인운하가 착공되고 인권위가 축소되더니, 이제는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대통령 전용기 도입마저 확정되었습니다. 아래는 25일 자 한겨레 신문 링크입니다.


현재 운항 중인 대통령 전용기는 1985년 도입되어 근 24년간 '에어포스 원' 역할을 맡아온 B737-3Z8 모델로 약 41명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 항공기는 최대 40년 이상 운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국내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기체 수명이 7.48년, 아시아나 항공이 5.89년인 것을 볼 때 기체 교체의 필요성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교체의 필요성은 동감하지만, 문제는 도입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나도 꼴사납게 진행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전용기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 2006년 참여정부가 300억 예산을 편성하며 첫 물꼬를 텄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합니다. 한나라당은 공식 대변인을 통해 '지금이 그럴 때인가. 어처구니없고 한심하다. 지금 서민들은 경제 파탄으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라는 말로 참여정부를 비난하였으며, 같은 달 13일에 진행된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는 이재호 의원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2006년 6월 13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재오 의원의 발언
더구나 5.31지방선거의 민심을 헤아리고 서민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1년에 한번 탈까 말까하는 전용비행기를 1천억 원을 들여 구입하겠다고 하는 이생각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즉각 거두어 주기 바란다.

다음 대통령이 탈 전용기는 다음 정부에서 할 일이고, 임기가 내년이면 1년도 안남았는데 무슨 전용기를 1천억원을 들여서 구입하겠다는 건지 그러한 발상이 어디 있는가. 그러한 발상들이 5.31지방선거에서 민심을 떠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말로만 '서민경제에 올인한다'하고 생각은 다른데 가있고 국민들은 더이상 속지 않는다는 것을 김근태 체제는 잘 깨닫기 바란다.

그래서 1천억원짜리 대통령 전용비행기도 즉각 취소하고 그 예산이 있으면 한달에 5만원 전기세를 못내서 촛불켜고 사는 수많은 빈곤층에 대해서 따뜻한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부터 대통령 전용기를 추진하여도, 실제 혜택은 다음 대통령부터 받는 만큼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한나라당의 이해를 촉구하였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끝까지 반대를 고집하였고, 결국 예산안은 무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뒤 불과 6개월 만에 대통령 전용기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오늘 전용기 도입을 위한 예산안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의 반대가, 반대를 위한 반대였음을 그들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불과 1년 사이에 예산은 1천억 원에서 3천억 원으로 3배 증가하었으며, 한나라당이 언급한 경제문제는 더욱더 최악의 상황을 달리고 있습니다. 주가 1500에 환율 900원이었던 참여정부 시절이 정말 꿈만 같이 느껴집니다. 별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쯤 되면 한나라당에서 먼저 '5만 원 전기세를 못 내서 촛불 켜고 사는 수많은 빈곤층'을 위해 전용기 도입을 반대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요? 그 때보다 경기는 더 안 좋아졌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자기 이익만 차리는 소인배 같은 모습을 보니, 남은 기간이 암울하기까지 합니다.

4월은 재보선 선거의 달입니다. 4월 10일부터 14일까지는 부재자 투표 신청을 받고 있고, 실제 투표는 29일 실행된다고 합니다. 자기 지역에 나오는 후보가 있다면 시간을 내어서라도 꼭 투표합시다. 투표로 잃어버린 1년, 이제는 다시 한 번 되찾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