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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와인을 마시다. 인생을 읽다. 와인 읽는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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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영화 속에서 멋진 주인공들이 와인을 마시는 장면을 보며, 막연하게 와인에 대한 환상을 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살다 보니 저도 어느새 와인쯤은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이제 어릴 적 환상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현실 속 와인은 상상했던 것처럼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약간 떫고 쓴맛에 '신의 물방울을 쓴 작가는 거짓말쟁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더군요. 그것이 저와 와인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스스로 와인을 찾는 일은 없었지만, 와인과의 만남은 이후로도 계속 되었습니다. 거래처나 회사에 가서 식사를 하다 보면 으레 와인 한 잔쯤은 반주로 나오더군요. 코르크 향을 맡고, 글라스를 잡는 손놀림은 이제 조금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와인이라는 것은 저에게 있어 하나의 큰 벽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책이 안준범 작가님의 '와인을 마시는 CEO'라는 책입니다.

처음에 이 책을 보며 와인에 대한 입문서가 아닌가 생각하였는데, 첫 장을 읽고 제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이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 물론 이 책이 입문서라는 사실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는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예의범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좀 더 큰 스케일의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전통적인 와인의 고장, 프랑스에서 저 멀리 브라질과 같은 신세계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한 줌의 포도 씨앗이 어떻게 살아가며 자신의 맛과 향을 드러내는지, 그 모든 여정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네요. 중간 중간 드러나는 저자분의 와인에 대한 다양한 상식도 대단하지만, 포도나무에 땅에 묻혀 자라나고, 와인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는 이 책의 부제를 '포도나무 자서전'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합니다.

'보편성 안에서 작은 차이를 만들라', '가치를 높이는 타이밍을 기다려라' 포도와 와인에 대한 예찬은 어느새 삶의 살아가는 철학을 대면하게 됩니다. 똑같은 품종의 포도나무라도, 흙의 성분, 나무의 수명, 심지어 나무 사이의 간격에 따라 와인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그는 이러한 와인 속 세상이 마치 인간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초등학교를 거쳐, 중고등학교 시절에 똑같은 교육을 받아도 사회에 나가는 모습은 각기 다른 것처럼 말이죠. 그 중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문구는 '테루아르, 하늘과 땅의 지혜를 기억하라.' 장에 나온 보편성과 개성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개성적이지만 통하게.
개성을 파악하는 것 이상으로 그것을 알리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개성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소중히 가꿔나가는 것 이상으로 꿋꿋하게 자기를 표현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보편적이지만 특별하게
보편성 속에 안주하는 사람은 시대의 대세에 휩쓸려 수동적으로 운명을 내맡긴다. 보편성 속에서도 자신의 개성과 가치를 쌓아가는 이는 시대가 어디로 흘러가든 스스로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은 개성과 보편성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개성과 보편성은 대립적인 가치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 두 가지 가치가 조화를 이루어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탄생할 때, 비로소 하나의 제대로 된 와인이 탄생한다고 하는군요. 마치 개성이 너무 강한 와인은 신맛이 강해 먹기가 힘들고, 보편성만 있는 와인은 아무 가치가 없지만, 맛과 향이 조화를 이룬 와인은 최고의 와인으로 평가받듯이 말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왠지 모르게 작가가 부러워졌습니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삶과 와인, 이 두 가지는 확실하게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니까 말이죠. 저도 언제쯤 이분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와인을 읽다 얼떨결에 인생을 읽어버린 '와인 읽는 CEO', 소중히 간직하며 다음엔 와인과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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