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vs 문학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9. 3. 26. 14:03ㆍIssue/Book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흔히 신(God)은 모든 이들에게 공평한 시간을 주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 마치 똑같은 시간에 태어난 쌍둥이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다 서로 다른 시간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오늘 이야기하던 친구가 당장 내일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시간이 공평하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벤자민 버튼. 내가 그를 만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의 나이가 몇 살인지, 혹은 지금도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찌되었든 그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날 태어났고, 그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최초의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문학적 은유가 아니라, 실제 자신의 삶을 정 반대로 돌려놓았다. 그것이 그가 원했던, 원치 않았던 말이다.
영화 vs 문학, 달라진 벤자민 버튼의 삶.
벤자민 버튼은 영화와 소설 속에서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인생을 체험한다. 영화속에서 그의 첫 모습에 놀라 버려진 그는 양로원을 운영하는 퀴니 아주머니에 의해 부양된다. 그의 첫 사랑은 여타 다른 아이들처럼 10대에 처음 찾아왔는데, 할아버지 모습을 한 버튼의 모습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던 데이지 양이 바로 그가 사랑한 여인이었다.
삶은 단조롭게, 때론 격렬하게 흘러간다.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인생의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해 주던 조언자들은 하나둘 침대에서 무덤속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만큼 나이를 먹은 버튼은 뱃사공으로서 인생의 첫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그는 뱃사공으로 일하며 전쟁에 참여하기도 하였고, 술도 처음으로 마셔보았으며 여자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였다. 나름대로 인생에 충실한 삶을 살던 그는 몇년뒤 첫사랑인 데이지를 만나 결혼을 하였고, 둘 사이에는 한 명의 딸아이가 태어나기도 하였다.
영화속 버튼이 다소 격정적인 삶속에 사랑하는 이의 품에 묻혀 최후를 맞이하였다면, 소설속 버튼은 너무나도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는 영화속 버튼과는 달리 추레한 모습을 가지고도 부모님에게 버림받지 않았으며, 나름대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물론 그의 아버지는 그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동년배 또래 아이들처럼 밖에서 뛰노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였지만 그것은 그의 늙은 몸에 기인한 것이지, 그의 마음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0대가 되자, 그는 거동을 할 수 있을만큼 젊어졌으며, 댄스 파티장에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힐러가드. 젊은 남자들과는 대화가 안된다고 생각한 그녀와, 벤자민과의 만남은 마치 운명처럼 이어졌고 마침내 그들은 신부측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버튼은 점점 젊어졌고, 힐더는 점차 나이를 먹게 되었다. 첫 전쟁에서 전공을 세워 장군의 지위에 오르기도 하였던 그는 다음 전쟁에서 너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입영을 거부당하게 된다. 반면 힐더는 소녀에서 여인으로 그리고 노인으로.. 첫 사랑 당시의 색을 잃어버리게 된다.
목가적으로 보이는 단조로운 삶은 버튼이 유치원생보다 작아져, 아기가 되고 유모의 품에 안겨 어둠을 받아들이면서 끝이 난다. 그것이 그의 죽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의 기록은 이것이 마지막이다.
그의 시간을 남들과 다른, 조금 독특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로 다른 시간속에서도 다른 이들과 똑같은 삶을 살으며 자신의 인생에 충실하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아니지만,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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