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속 향기에서 인생을 마시다. 땡큐! 스타벅스
2009. 3. 30. 18:38ㆍIssue/Book
커피속 향기에서 인생을 마시다.
하루의 대부분을 연구실에 앉아 싸구려 커피믹스로 허기를 달래는 나에게 누군가 '커피향 속에 담긴 인생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정신병원에나 가라고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을 것이다. 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500원짜리 싸구려 커피캔은 아무런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 무색무취의 각성제였다.
싸구려 커피캔처럼 무미한 삶을 살아가던 나에게 최근 한가지 특별한 취미가 생겼다. 주말에 시내에 나가는 일이 생기면, 커피점에 들려 마음에 들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특별한 오후'라고 이름붙였다.
정확히 언제부터 특별한 오후를 보내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무심코 돌아본 쇼윈도우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그들의 모습에 조금 시샘이 났고, 어느새 나는 커피점 문을 열고 있었다. 다소 주눅이 든 채, 홀로 들어간 커피점은 놀랄만큼 따뜻했고, 그 누구도 내가 시간을 보내는데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만족할만큼 충분히 즐길수 있었다.
커피속 향기는 인생을 바꾼다. 나는 얼마전 이 사실을 조금은 깨닫았고, 나보다 먼저 커피속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은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마이크. 내가 그에 대해 알고있는 사실은 그의 나이가 올해 64세이고 뉴욕에 거주하고 있으며 여전히 스타벅스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뿐이지만, 그가 기록한 몇가지 특별한 즐거움은 그를 친구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이크가 들려준 조금 특별한 이야기
그는 한 때 JWT라는 거대한 광고회사에서 근무했고, 치열한 경쟁속에 이사직으로 승진하였으며, 그리고 해고당하였다. 그의 인생은 경쟁으로 가득찬 삶이었고, 사실 그의 인생이 거기서 끝이었다면 나는 그를 기억할 필요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스타벅스에서 새로운 삶을 찾았고, 먼 미국을 거쳐 국내에도 '땡큐! 스타벅스'라는 책을 내놓을만큼 이전보다 더 유명해졌으며, 그리고 나와 같이 삶을 즐길만한 친구가 되었다. 나는 기꺼이 '마이크'라는 이름을 네가 존중하는 세 번째 사람에 올려놓을 각오가 되어있다. (물론 첫번째와 두번째는 부모님이다.)
크리스털은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누었다. “아버님은 아주 잘해주고 계세요.” 크리스털이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으시죠. 우리는 아버님과 함께 일하는 게 즐겁답니다.” 로라와 다른 아이들이 미소를 머금었다. 아마도 아이들은 내가 오만한 독불장군처럼 굴고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사람들하고 어울려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는 놀라고 있었을지도……. - 261쪽 중에서
스타벅스에서 그는 몇 가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누군가를 밀어내고 경쟁을 하는 대신 함께 일하는 공유라는 말을 배우고, '우리'라는 말이 남과 나를 갈라놓는 경계선이 아닌 서로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그가 불혹의 나이를 넘어, 처음으로 배우게 된 이 특별한 경험은 이전에는 느낄수 없었던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고, 글을 읽는 내내 나는 부러움을 느꼈다.
우리는 늘 경쟁을 하며 살아간다. 학창시절에는 수능과 시험으로 우열을 가리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을 가지고, 또 그 안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것만이 어느새 인생의 최고 목표가 되었다. 그것은 나도 그렇고, 마이크도 그러하였으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직장을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야근을 하는 상사, 멋져보이지 않는가. 그렇다. 우리는 이미 경쟁에 익숙하게 길들여져 있다.
하지만 마이크는 '땡큐! 스타벅스'을 통해 경쟁외에도 또다른 방식으로 행복을 찾을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과연 나는 행복하다 할 수 있는가? 다시 내 가슴에 손을 갖다 댔다. 다시금 훈훈한 사랑, 평화, 행복이 느껴졌다. 확실히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정……. 혹시 이제껏 내가 저지른 그 많은 과오들은 내가 편안하다고 착각하고 살았던 누에고치를 깨부수고 나오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게 아닐까? 내가 삶이 풍성하고 빛이 가득한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모르겠다. 생각을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 가슴이 느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 226쪽 중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더 많은 돈과 더 높은 지위가 우리가 알고있는 행복을 쟁취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을 찾아나서는 일이 반드시 한 가지 길만이 있는 것만이 아님을 마이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누군가 함께하는 즐거움, 그리고 즐거움을 같이 공유할 장소. 마이크에게 있어 스타벅스는 바로 그러한 장소였고, 그는 자신의 삶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담았다. 비록 스타벅스에는 자주가지 못하지만, 나도 내가 가진 커피믹스 한 잔에 그러한 여유를 담을수 있지 않을까. 삶은 커피 한 잔의 여유와도 같다. 비록 싸구려 커피믹스라도 누군가 함께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면, 충분히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는 스타벅스를 통해 그 것을 배웠고, 나는 그를 통해 이 사실을 배웠다.
'땡큐! 스타벅스'는 매우 유쾌한 책이다. '별다방'과 '된장녀 클럽'을 부르짖는 이에게는 별로 환영받지 못할 책이겠지만, 커피잔에 담긴 인생의 쓴맛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내가 마이크를 통해 세상을 배웠듯이, 그대 또한 조금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땡큐~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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