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장애아의 아빠는 웃을 자격이 없다.... 아빠, 어디가?

장애인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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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장애인이 된다면? 이 비극적인 질문에 선뜻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내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답안은 '신이여, 나를 구원해 주소서.'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장애인이 살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힘껏 사회에 적응하며, 삶을 이어나가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격리된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이도 상당수이다.

그나마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 장애인이 된 사람은 행운아이다. 좋든 싫든 자신의 삶에 결정을 내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만약 앞으로 태어날 내 아이들이 장애아라면? 그저 웃으며 아이들을 반겨줄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프랑스에 사는 작가 '장 - 루이 푸르니에'는 그와 같은 비극을 겪었다.

그는 사회에 지탄을 받는 악인도 아니었고, 장애가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그는 로또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어제처럼, 아주 조금 운이 없었을 뿐이다. 그날의 불운이 그의 내일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40년 후, 두 장애인 아이의 아버지이자 작가로서 그는 한 권을 책을 출간하였다. 책의 이름은 '아빠, 어디 가?'. 두 아이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린 육아일기이자 자서전인 이 책의 이름은 그의 두 아이가 그에게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한 마디를 제목으로 삼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눈물을 터트렸다.


평범한 아빠의 장애인 육아일기

책의 이야기들은 단편적인 아이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처음 첫 아기인 마튜가 태어났을 때의 환호, 장애인 판정을 받았을 때의 절망, 그리고 두 번째 아기인 토마에 대한 이야기... 글 곳곳에는 두 장애인 아이를 가진 싱글로서 정상인과 다른 장애인의 삶에 대한 고민이 곳곳에 묻어나오고 있다. 두 장애인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화제가 되어 처음으로 TV 프로에 출판되었을 때, 장애인을 보며 웃으면 안 된다고 웃는 장면을 편집하는 것을 보고 그는 왜 안되지라고 반문한다. 정상적이지 못한 아이들은 모두 불행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괴리감은 본문에 잘 드러나 있다.
정상적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당연히 그래야 하는 상황에 있다는 뜻, 꼭 그래야 하는 상황에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평균 안에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평균 안에 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평균에 들지 않는 사람이 더 좋다. 아니면 평균보다 높은 것이 낫다. 평균보다 낮으면 또 어떤가. 어쨌든 남들과 같은 것은 싫다. 나는 '남들과 다른'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 남들을 늘 좋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푸르니에가 살아온 삶은 휴먼드라마 속 스토리처럼 결코 감동적인 에피소드로만 가득 차 있지 않다. 두 번째 장애인 아이를 낳은 날, 그는 아내와 이혼을 하였고, 정신질환에 가까운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하였다. 정상적인 아기를 든 사람들을 보고, 그들이 아이를 떨어트리기를 원했을 정도이니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강박관념은 결코 말로 표현할 만큼 가벼운 것이 아니었으리라.

마튜는 아직 그의 인생을 꽃피우기도 전인 10대에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그리고 30대이지만 아직도 어린아이의 모습을 간직한 토마는 요양원에서 쓸쓸한 삶을 마감하고 있다. 만약 그가 정상인이었다면, 저 멀리 미국으로 건너가 훌륭한 사업가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인생에서 기적은 항상 벌어지는 행운이 아니다.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삶을 마무리 짓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생각해 본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을 일이지만, 어떤 아이가 나올지는 오직 신만이 아는 일이다. 선택할 수 없는 삶, 그래서 문득 겁이 났다. 가끔 TV프로를 보면 장애를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습을 특집으로 보여주지만, 말 그대로 그들의 삶은 매우 특별한 케이스이기에 특집 프로로 편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장애인이 된다면, 혹은 장애인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결코 행복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미처 해주지 못하였던 말들을 용서의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갔다고 한다. 그저 그의 용기에 감탄할 뿐이다. 내가 만일 그였다면 지난 30여 년간의 삶을 희생이 아닌 용서라고 표현할 수 있었을까? 절망 속에서도 아이들을 생각했던 그를 위해, 나 또한 용서를 구하여 본다.



  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장-루이 푸르니에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처음으로 두 장애인 아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15살이 되어 하늘나라로 가기 전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마튜, '아빠 어디 가?'와 '감티기(감자튀김)'만을 반복했던 토마에게 쓰는 작가의 진심 어린 편지이자 아들들에게 그토록 해주고 싶었던 선물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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