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되는 남북관계, 4년을 버틸수 있을까.

지난 주말, 북한 방송에는 10년만에 처음으로 군복을 입은 북한측 장교가 남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이 날 방송은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오늘 이명박 정부는 현인택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함으로서 북한의 요청을 또다시 묵살하고 말았습니다. 남북한 협력문제, 이제 정말 물 건너 간 것일까요?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보았습니다.

북한은 왜 이명박을 욕하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북한의 의도와 요구사항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북한의 발언 배경에는 오바마 정부와의 대미 협상을 비롯하여 여러 배경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발언의 핵심은 전문의 첫 문장에서 찾을수 있습니다.

북한의 17일자 전문은 '매국역적 리명박역도는 새해벽두부터 협력으로는 북남관계를 개선할수 없다고 서슴없이 공언하였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북한이 현재 분노하고 있는 이유가 이명박 본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장인데, 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1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의 새해 국정 연설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북한도 이제 시대 변화를 읽고 우리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저는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하고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합니다.
- 2009. 1. 2. 이명박 대통령 신년 국정 연설

위 문장은 얼핏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평이한 문장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모두 무효화한다고 발언한 내용을 기억하신다면, 이 문장을 좀 더 다른 각도로 바라보실수 있을 겁니다. 바로, 아래와 같이 말이죠.

북한은 이제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으니 새 정권에 빨리 적응하고 이전 정권처럼 설렁설렁 넘어갈 생각은 버리기 바란다. 단 핵을 포기하면 지원은 고려해 보겠다. 그리고 지난 갈등은 모두 북한, 너희들의 탓이다.
북한으로서는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발언일 것입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가간 협약을 무시하는 국가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또 자신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협약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묻는 행위는 설사 전시라 할지라도 외교적으로 매우 무례한 행위에 속합니다. 설사 그것이 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게다가 이번 현인택 장관의 내정은 남북한 대화 채널을 모두 파기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통보처럼 들려 심히 우려되고 있습니다. 현인택 장관은 고소영 라인의 고려대에 해당되는 인물로,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인 '비핵 개방 3000'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그가 인수위 시절을 제외하고 대북 경험이 거의 전무하며,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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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의 대북관이 조선일보의 대북관과 일치한다는 점도 우려가 되는 점입니다.얼마전 그는 칼럼에서 '정부는 (국방백서에서) 주적 표기 문제를 다루면서 당당해야 한다.'는 말을 사용한 바 있는데, 이는 15년전 조선일보의 사설 '북, 주적 대상 바뀌었나'와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94년 9월 3일 작성된 이 사설은 북한이 주적의 대상을 미국에서 남한으로 바꾸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국방백서에 주적의 개념을 포함시켜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사설의 내용은 후에 북한이 주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국방부는 이듬해 국방백서에 주적의 개념을 명시하게 됩니다.

이후 15년간 조선일보는 남북관계를 더 이간질하기 위해서 주적이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남북 협력을 이끌어야할 통일부 장관에서 주적이라는 발언이 나오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참고로 해외에선 주적(main enemy)이 아닌 주요한 위협요인(major threat)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북한은 지난 17일 또다른 소식통을 통해 현재 북한내 플루토늄을 모두 무기화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외교문제와 핵 문제를 별도의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대북정책은 북한이 모두 거부하리라 예상되며, 이러한 남북 경색은 이명박 정권 말기까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미국의 집권당이 된 것도 북한이 대남관계에 있어 여유로울수 있는 부분입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정권하에서는 4자회담의 주축으로 당사자인 남한의 역할이 중요시 되었지만, 정권이 바뀌고 독자적인 대미 루트가 열린 이상, 남한의 중요도는 이전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북한이 아닌 바로 우리들입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 분야는 경제분야입니다. 남북간의 경색문제가 지나쳐 자칫 서해교전과 같은 국지전이 발발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대한민국의 신용도는 더 큰 타격을 입을수 밖에 없습니다. 단적으로 지난해 개성공단 폐쇄건만 보아도 국내 섬유업계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또한 대운하보다 몇배는 더 긴 유라시아 대륙 철도 문제를 비롯하여 참여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자원외교도 현재 모두 중지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4년뒤 정권이 바뀌면 가능해질지 모르지만, 그 때가 되면 이미 차세대 국가 동력원으로서의 가치는 많이 하락된 상태일 것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참 답답합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사람이 전쟁광을 통일부장관으로 임명하지를 않나,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며 기본과 상식을 모르는 시대에 살고있자니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자기 말만 하면서 상대방과 대화하자는 것은 폭력이지 결코 대화가 될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이정도 상식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재고를 촉구해 봅니다.

참고자료 :
해리슨 美 국제센터 국장 “北, 신고된 모든 플루토늄 무기화” (경향신문 2009. 1. 18)
비핵·개방·3000 입안…‘대북 무대책’ 지속 (경향신문 2009. 1. 19)
조선일보는 어떻게 주적개념을 발전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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