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권력, 매스미디어는 부정되어야 하는가?
2008. 8. 10. 19:17ㆍ하루 일기/2008 Diary
꽤 오래전의 일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난 뒤, 영화를 보다 느낀 점이 있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블로그에 기재한 적이 있다. 당시 본 영화는 조지 로메오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몇 년전 후속작으로 좀비들이 이성을 얻어 권력자들에게 대항한다는 설정의 '랜드 오브 데드'도 좋았지만, 다소 정적이면서도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가득찬 원조 시체 3부작 시리즈는 왜 로메오 감독을 좀비 영화의 대부로 부르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작품에 대한 글을 올린지 얼마되지않아 한 블로거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리카르도'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이 블로거는 어떤 식으로든 시민들과 좀비를 연관시키는 것을 반대하며, 특히 매스미디어에 대해 통제를 받는다는 부분은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그는 시민들은 PD 수첩과 같은 기존 미디어로부터 그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아니하며, '아고라'라는 공론의 장을 통해 정보를 교류한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깨어나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과연 그의 주장대로 시민들은 더이상 그 어떠한 매스미디어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아고라를 통해서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개진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그의 주장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매스미디어는 당대 사회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매개체로서 기술적 발달에 따라 계속 진화하고 있다. 19세기 서적에서 20세기에는 텔레비젼으로 그리고 오늘날 웹과 모바일을 통해 새롭게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매스미디어가 촛불집회라는 하나의 정치적 행사로 인해 지금 당장 그 영향력이 사라진다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의 주장에서 보여지는 '아고라 권력'에 대한 위험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고라 권력'이라는 말이 적절한 단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고라'를 절대선으로 인식하고 이를 추종하는 이가 존재하는 이상, 이 것을 하나의 권력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존 매스미디어의 모든 정보는 아고라를 비롯한 뉴미디어로 집결되며 이러한 공론의 장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잘못된 점을 깨닫고 거리로 나가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확실히 처음 촛불집회를 열자고 다음 카페에서 건의된 내용이 아고라를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되었고 이로인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의 집회에서까지 이러한 영향력이 계승되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다음 아고라는 1800만 다음 사용자중에 약 3백만 명만이 사용하는 서비스중 하나에 불과하며, 블로그와 같은 타 미디어를 합친다 할지라도 여전히 웹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사회 여러 계층들을 포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뉴미디어는 하나의 이슈에 대해 장기적으로 다룰수 있는 연속성은 강하지만 그러한 이슈를 확장시키는 부분에는 여전히 미진한 점이 있다.
따라서 뉴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계층들이 어떻게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선 기존의 전통적인 미디어(올드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설명할 필요가 있다.
1947년 언론자유위원회(The Commission on Freedom of the Press)가 보고한 자유롭고 책임있는 언론(A Free and Responsible Press)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언론의 역활은 정확하고 진실된 보도외에 다양한 비판이 제안되고 교류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올드 미디어라 할지라도 제공된 정보에 대한 교류의 장이 막혀있는 것이 아니며, 지인이나 가족 혹은 자신이 속한 단체에서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교류할 수 있다. PD 수첩이후 아이들의 먹거리를 걱정한 유모차 부대가 등장한 점이나 언론보도이후 강기갑 의원을 비롯한 여러 계층의 주요 원로들이 참석할 수 있었던 까닭도 바로 이러한 올드 미디어에 있어서의 의견 교류의 장이 여전히 건재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촛불집회는 뉴미디어로 인해 촉발된 촛불집회가 신문, 방송사와 같은 기존 올드 미디어에 의해 확장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올드 미디어들은 영향력을 갖춘 매스미디어로서 경찰들의 과잉진압과 같은 각종 민감한 이슈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였으며, 특정한 사건이 발생되지 않은 날이라도 아프리카, 블로그를 통한 보도자료를 통해 정보의 연속성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리카르도와 같이 네티즌을 경계한다. 매스미디어를 접한 사람은 통제된 인간이고 뉴미디어를 본 사람만이 깨우친 사람이다라는 그의 이분법적 사고는 언제든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아고라를 비겁한 정치권력으로 변질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혹은 매스미디어)는 모두 사회에 현존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매체들로서 서로 상호보완하는데 발전해가고 있다. 아고라 유저들이라고 해서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며, 텔레비젼만 본다고해서 죄인이 될 필요는 없다. 뉴미디어든 올드미디어든 그것은 하나의 플랫폼에 불과하지 그 안에 담긴 메세지는 언제 어디서든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4일 촛불집회때의 일이다. 우연히 아고라 사람들과 함께 행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이 자유토론장에서 자주 활동한다고 말한 한 네티즌은 '우리는 순수하게 촛불집회의 한 명으로서 참석하였으며 그 어떠한 정치적 이용이나 왜곡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여 주변 네티즌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아고라는 늘 옳은 말만 하는 절대선이 아니며, 모든 이들을 대표하고 리드하는 정치 권력도 아니다. 아고라의 본질을 왜곡하고 또다른 분란을 일으키는 이 땅의 유감 세대들이 이 사실을 꼭 알아두기를 바래어 본다.
몇 년전 후속작으로 좀비들이 이성을 얻어 권력자들에게 대항한다는 설정의 '랜드 오브 데드'도 좋았지만, 다소 정적이면서도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가득찬 원조 시체 3부작 시리즈는 왜 로메오 감독을 좀비 영화의 대부로 부르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작품에 대한 글을 올린지 얼마되지않아 한 블로거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리카르도'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이 블로거는 어떤 식으로든 시민들과 좀비를 연관시키는 것을 반대하며, 특히 매스미디어에 대해 통제를 받는다는 부분은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그는 시민들은 PD 수첩과 같은 기존 미디어로부터 그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아니하며, '아고라'라는 공론의 장을 통해 정보를 교류한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깨어나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과연 그의 주장대로 시민들은 더이상 그 어떠한 매스미디어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아고라를 통해서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개진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그의 주장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매스미디어는 당대 사회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매개체로서 기술적 발달에 따라 계속 진화하고 있다. 19세기 서적에서 20세기에는 텔레비젼으로 그리고 오늘날 웹과 모바일을 통해 새롭게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매스미디어가 촛불집회라는 하나의 정치적 행사로 인해 지금 당장 그 영향력이 사라진다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의 주장에서 보여지는 '아고라 권력'에 대한 위험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고라 권력'이라는 말이 적절한 단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고라'를 절대선으로 인식하고 이를 추종하는 이가 존재하는 이상, 이 것을 하나의 권력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존 매스미디어의 모든 정보는 아고라를 비롯한 뉴미디어로 집결되며 이러한 공론의 장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잘못된 점을 깨닫고 거리로 나가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확실히 처음 촛불집회를 열자고 다음 카페에서 건의된 내용이 아고라를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되었고 이로인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의 집회에서까지 이러한 영향력이 계승되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다음 아고라는 1800만 다음 사용자중에 약 3백만 명만이 사용하는 서비스중 하나에 불과하며, 블로그와 같은 타 미디어를 합친다 할지라도 여전히 웹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사회 여러 계층들을 포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뉴미디어는 하나의 이슈에 대해 장기적으로 다룰수 있는 연속성은 강하지만 그러한 이슈를 확장시키는 부분에는 여전히 미진한 점이 있다.
따라서 뉴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계층들이 어떻게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선 기존의 전통적인 미디어(올드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설명할 필요가 있다.
1947년 언론자유위원회(The Commission on Freedom of the Press)가 보고한 자유롭고 책임있는 언론(A Free and Responsible Press)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언론의 역활은 정확하고 진실된 보도외에 다양한 비판이 제안되고 교류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올드 미디어라 할지라도 제공된 정보에 대한 교류의 장이 막혀있는 것이 아니며, 지인이나 가족 혹은 자신이 속한 단체에서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교류할 수 있다. PD 수첩이후 아이들의 먹거리를 걱정한 유모차 부대가 등장한 점이나 언론보도이후 강기갑 의원을 비롯한 여러 계층의 주요 원로들이 참석할 수 있었던 까닭도 바로 이러한 올드 미디어에 있어서의 의견 교류의 장이 여전히 건재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촛불집회는 뉴미디어로 인해 촉발된 촛불집회가 신문, 방송사와 같은 기존 올드 미디어에 의해 확장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올드 미디어들은 영향력을 갖춘 매스미디어로서 경찰들의 과잉진압과 같은 각종 민감한 이슈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였으며, 특정한 사건이 발생되지 않은 날이라도 아프리카, 블로그를 통한 보도자료를 통해 정보의 연속성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리카르도와 같이 네티즌을 경계한다. 매스미디어를 접한 사람은 통제된 인간이고 뉴미디어를 본 사람만이 깨우친 사람이다라는 그의 이분법적 사고는 언제든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아고라를 비겁한 정치권력으로 변질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혹은 매스미디어)는 모두 사회에 현존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매체들로서 서로 상호보완하는데 발전해가고 있다. 아고라 유저들이라고 해서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며, 텔레비젼만 본다고해서 죄인이 될 필요는 없다. 뉴미디어든 올드미디어든 그것은 하나의 플랫폼에 불과하지 그 안에 담긴 메세지는 언제 어디서든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4일 촛불집회때의 일이다. 우연히 아고라 사람들과 함께 행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이 자유토론장에서 자주 활동한다고 말한 한 네티즌은 '우리는 순수하게 촛불집회의 한 명으로서 참석하였으며 그 어떠한 정치적 이용이나 왜곡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여 주변 네티즌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아고라는 늘 옳은 말만 하는 절대선이 아니며, 모든 이들을 대표하고 리드하는 정치 권력도 아니다. 아고라의 본질을 왜곡하고 또다른 분란을 일으키는 이 땅의 유감 세대들이 이 사실을 꼭 알아두기를 바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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