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의 한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2007. 7. 15. 03:22ㆍIssue/Movies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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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변함없이 해리포터가 우리곁에 찾아왔습니다. 2001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개봉한 이후 근 6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좌석들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보니, 해리포터의 인기가 여전함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감히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자, 볼트모트의 부활이후 이에 대항하려는 마법사들과 해리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원작이 해리와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의 성장과 해리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면 영화 해리포터는 액션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너무 많은 스토리가 생략되었다는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너무 많이 잘랐다?! 엉성한 스토리들.
원작 소설을 읽은 관객으로서 가장 큰 불만점은 너무 많은 스토리와 복선들이 생략되거나 변형되었다는데 있습니다. 가령 소설속 에필로그를 보면, 덤블도어가 해리포터에게 해리가 볼트모트의 마수로부터 15년간 안전하게 지낼수 있었던 이유중에 하나는 해리의 어머니와 그녀의 동생(해리의 이모) 사이에 맺어진 약속이 중요한 역활을 하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말을 위한 복선으로 전반부를 보면, 전편까지는 마법에 대해 애써 부인하던 해리의 이모가 디멘터라는 말에 놀라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여기에 소설에선 '호울러'라는 아이템을 통해 복선을 한차례 더 부각시킵니다.
그러나 영화에선 결말부분이 아예 삭제되고, 해리의 이모가 놀라는 장면도 단순하게 취급됩니다. 하여 소설을 읽지않은 분들은 어떻게 마법과는 무관한 해리의 이모가 디멘터를 알고있는지에 대해 찜찜함을 감추지 못하실 겁니다.
이외에도 위즐리 형제가 학교를 그만두는 점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해리 위주의 스토리 진행으로 론과 헤르미온느가 부각되지 못한 점도 아쉬운 점입니다. 또한 제한된 시간안에 스토리를 압축하면서 결말은 같지만 인과관계가 틀리거나 의도가 달라진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소설속 볼트모트는 해리포터를 만나자마자 '아바다 카바브라' 마법을 사용하여 해리를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영화속에선 해리의 몸을 차지하려는 시도로 그 의도가 전혀 다르게 표현됩니다. 소설속 볼트모트가 해리를 전혀 이용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면, 영화속 볼트모트는 아직도 이용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그외 설정상의 오류도 팬들사이에서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소설판에서는 해리가 '디멘터들은 주먹으로 때려 눕힐수 없는 존재'라고 해리의 이모부에게 설명하고 있지만 영화속에서는 주먹으로 디멘터를 때려눕히고 마법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원래 이 장면은 루모스를 사용해 지팡이를 불러와서 대결을 하는 장면인데 말이죠) 이같이 원작과 영화 사이의 괴리감은 기존 호그와트 팬들에게 애매모호함만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
해리포터 시리즈는 볼트모트와의 대결을 다룬 모험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장소설이기도 합니다. 해리가 매년 호그와트에서 다양한 지혜를 배우고 성숙해지는 모습은 이 작품이 10여년간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소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도 이러한 해리와 친구들의 성장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소설속에서 론은 헤르미온느와 함께 반장이 되고 퀴디치 팀에 입단하여 팀을 우승으로 이끕니다. 퀴디치라는 스포츠를 통해 부각되는 남성상은 마치 미국의 고교생들이 미식축구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육제적인 성숙을 암시합니다. 또한 초와 해리의 연예에 대한 헤르미온느의 조언들은 이제 헤르미온느가 공부밖에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라, 사랑을 알게된 성숙한 소녀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즐리 형제가 학교에서 나와 장난감 가계를 여는 장면을 통해 이제 해리와 그의 친구들도 학교를 떠날때가 멀지 않았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장면을 통해 조앤 롤랑은 해리와 그의 친구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선 퀴디치 경기장면은 아예 삭제되었고, 헤르미온느가 해리에게 조언하는 부분은 단 한컷만이 실리고 있습니다. 감독판에선 좀 더 장면이 추가될지 모르지만, 극장판만을 보고 판단할때, 워너 브라더스는 해리의 성장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오로지 마법에 의한 결투만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2001년 처음 해리포터가 영화로 상영되었을 때에는 웅장한 성과 수많은 부엉이들, 그리고 신기한 환상동물과 눈부신 마법이 가장 큰 볼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수년간 제작되어온 속편으로 인해 더이상 이러한 요소들은 눈길을 끌만한 요소들에서 평범한 것들로 변질되었습니다. 더이상 마법사들의 결투는 흥미로운 장면이 아닌 것이지요.
헐리우드는 좀 더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 이번에 해리포터의 첫 감독을 맡은 데이빗 예이츠감독도 말이죠. 수년간 해리포터에 빠진 골수팬들에게 CG로 범벅된 어설픈 스토리의 영화를 강요한다면 마지막 남은 두 편의 작품 또한 그리 호의적인 평가를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해리포터를 사랑하는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좀 더 친절하고 짜임새있는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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