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들의 학교 진출, 역사는 달라질 것인가.

2007. 5. 24. 22:40Animation/Ani-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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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직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우익들의 속내를 담은 애니메이션 한 편을 소개해 드립니다. 일본청년회의소가 제작한 '誇り'(긍지)라는 이 작품은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된 원혼이 여고생을 만나 2차대전 시기의 일본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스토리를 가진 애니메이션입니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사랑하는 나라를 지키고 싶다고, 그리고 아시아 사람들을 백인들에게서 해방시키고 싶다고, 일본의 싸움은 언제나 그런 마음이 바탕에 있었다고 생각해.", "도쿄재판은 이긴 나라가 진 나라를 일방적으로 심판하는 복수재판이었지. 연합군총사령부는 전쟁에서 잔혹한 짓을 하는 흉악한 일본군의 이미지를 만들어 일본국민에게 세뇌시켰어"라는 말을 비롯하여 2차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을 미화하고 자기들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일본 우익단체들의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물론 이런 작품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수년간 민간기업을 통해 이러한 우익성향의 작품들이 제작되었으며 그중 일부는 국내 언론에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러시아를 악마로 그린 '라임색전기담'이나 최신식 이지스함과 핵무기로 일본을 재건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팡구'에 이르기까지 그간 수많은 우익성향의 애니메이션들이 개봉되고 TV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전파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애니메이션은 좀더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하는 수업 교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애니메이션 '긍지'는 '신교육시스템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선 학교에 보급되어 이미 많은 일본인 학생들이 이를 열람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작품을 본 일본 학생들의 평가가 대체로 우호적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청년회의소는 작품을 일선 학교에 배포하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앙케이트를 실시하였습니다. 토카마치 JC와 히라타JC 앙케이트가 바로 그것인데, 현재 해당 사이트는 엑세스가 제한된 상태이지만 그곳에 적힌 내용들을 일부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일본을 매우 잘 알게되어서 좋았다. 평화로운 일본이 되도록 만들어준 전쟁터의 병사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중1 남자)

- 지금까지 청일, 러일전쟁이나 제2차 세계대전등 여러가지 전쟁을 일본이 제멋대로 해왔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를 듣고 '일본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사실을 알아 감동했습니다. (중3 여자)

- 자신안의 오해가 풀려 좋았다.

앙케이트를 실시한 곳이 일본청년회의소이기 때문에 해당 단체의 성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해도 이같은 반응은 제2차대전의 피해당사자들에게는 무척이나 가혹한 소리로 들리네요. 물론 이같은 우익단체의 의견만이 주류인 것은 아닙니다. 지난 17일 일본 국회에서 열린 '중의원 교육 재생 특별 위원회 질의'를 보면, 일본 공산당의 이시이 이쿠코씨가 해당 사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짦은 일본어 실력이나마 몇자 번역해보면, 이시이씨가 '긍지' DVD와 시나리오집을 가지고 개요를 소개하며 '신교육시스템 개발 프로그램에 채택된 것인데 아이들에게 이런 것을 보여도 좋습니까?'라고 아베총리에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에 아베총리는 '그것은 공산당의 견해로군요'라고 일축하다가 이시이씨가 무라야마 담화를 거론하며 정부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자, '자신은 해당 작품을 제대로 보지 못하였으므로 코멘트할 수 없습니다'라고 역시나 대답을 거절하는군요.

이부키 문무과학대신도 '한 방향만의 견해를 강요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하며, '일본은 여러가지 주장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나라이므로 채용하는 학교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습니다.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있군요.

전체적으로 일본의 상황을 보면, 해당 작품에 대해 반대하는 자들은 소수이며 아베총리의 뜻이 담긴 우익단체의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기적같이 아베정권이 무너지지 않는이상, 앞으로 이러한 문제는 더욱더 심각하게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국내에서도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최근 미 하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결의안이 또다시 연기된바 있는데, 이러한 미국의 미적거림도 일본 우익단체들의 성향을 더욱더 노골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지 채 50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그들은 아직도 전쟁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요. 역사는 타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 사실 자체는 결코 변할수 없습니다.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강제 노동자들, 학도병들, 위안부와 카미카제에 동원된 군인들.. 그들은 아직도 그 날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활을 꿈꾸는 일본 우익들이 과연 이들을 얼마만큼 잊을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