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버린 기억, 만화영화 홍길동을 보고..

2007. 2. 19. 18:08Animation/Ani-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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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17일에는 KBS에서 설 특집 다큐멘터리로 만화영화 홍길동과 신동헌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만화영화 홍길동'은 아시아에서 3번째로 제작된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국내 첫 애니메이션 영화로 한국 애니메이션사에 첫 시발점이 되는 작품입니다.

작품은 현재 원본 필름이 사라지면서, 작품의 연구에 무척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일부 장면이 포함된 필름이 발견되면서 디지털로 복원되는등 홍길동전에 대한 가치가 다시금 인식되고 있습니다.

[디지털로 복원된 홍길동전중 일부 영상]

KBS의 신년다큐는 신동헌 감독의 위치와 한국의 홍길동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신동헌 감독의 동생이었던 고 신동우 화백의 '홍길동전'을 기반으로  신동철, 신동헌, 신동우 이 3형제가 힘을 합쳐 제작한 홍길동은 극장판이 개봉되자마자 만원사례를 이루며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자제가 부족해 미군의 항공필름 사진을 재활용하는 악조건속이었지만, 선녹음 방식과 같은 획기적인 기술과 12만장에 이르는 원화수는 홍길동전에 일생을 바친 당시 애니메이터들의 열정을 엿볼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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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나 이같은 흥행실적에도 불구하고, 만화영화 홍길동은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더이상 작품을 내지 못하고 팀을 해산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의 사례에 비추어볼때 무척이나 아쉬운 일입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애니메이션 붐이 일어났고, 아톰을 제작한 데즈카 오사무씨는 '만화의 신'이라고 추양받으며 현재 그를 기념하는 박물관까지 건립된 상태입니다. 물론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세계 양대산맥을 이루며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고요.

비슷한 길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명함이 엊갈리는 두 사람의 인생은 정말 아이러니하군요. 이 부분에 대해 좀더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일본의 성공과 한국의 실패에 대해서는 시대적 흐름또한 간과하지 못할 것입니다. 일본은 70년대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면서 대호황기를 맞이하였고, 만화에 대한 인식또한 관대하였습니다. 이미 60년대에 일본의 모 야구단을 배경으로한 '거인의 별'같은 작품이 제작될 정도로 경제분야에 있어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위치는 확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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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한국은 일본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그 시작은 비슷하였지만, 한국은 애니메이션계를 뒷받침할 관련 산업이 전무하였고, TV의 보급으로 인해 해외 작품이 유입되면서 자체제작에 대한 열정은 급속히 사그라들게 됩니다. 여기에 5공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적인 성향이 작품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리하여 한국 애니메이션은 사실상 암흑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70년대에는 '똘이장군'과 같은 반공만화가 주류를 이루게되고, 90년대 들어서는 YWCA같은 시민단체의 영향으로 '배추도사 무도사'같은 전래동화나 환경만화가 붐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은 오세암이나 원더플데이즈와 같은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다시금 붐을 일으키려 하지만 30여년간의 공백은 너무나 큰 것이었습니다.

허나 최근 태권V 디지털 복원판을 비롯하여 초창기 애니메이션에 대한 여러 연구와 사업이 진행중에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창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IMF당시 연간 3편에 불과하였던 TV 애니메이션 제작편수는 최근 10여편 이상이 제작되며 점차 상승세를 띄고있고, 푸까, 아이언키드, 라라의 스타일기등 일본이나 미국과의 제휴도 활발한 편입니다. '뾰로로'와 같이 캐릭터 산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부가수익도 이전에 비해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성장하였습니다.이같은 변화는 이전 90년대 한국애니메이션이 처했던 상황과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 나갈 전망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원동력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선 한국 애니메이션을 하나로 묶을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전후 아톰을 통해 하나로 뭉쳐진 것처럼 말이죠. 저는 '홍길동'이 그 역활을 해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적인 색체를 지녔지만, 대만으로 수출되어 큰 호응을 받을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꿈이 가득차있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당시 어떤 작품도 따라오지 못할만큼 선진화된 기법들로 가득찬 첨단 제품이 바로 만화영화 홍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홍길동이 가진 초심을 지금의 한국애니메이션계에 따라가려 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것이라 기대됩니다. 홍길동으로 시작된 한국 애니메이션의 재도약, 과연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