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우 여우비, 그 한계와 미래를 보고..
2007. 1. 25. 13:52ㆍAnimation/Ani-Review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오늘 아침에 조조할인으로 천년여우 여우비를 보러갔습니다. 목동 CGV를 이용하였는데, 방학이라 그런지 초등학교 학생들이 부모님과 같이 손을 잡고 오는 것이 눈에 많이 띠었습니다. 상영관은 중간급 상영관인데 대략 절반이상 찬 듯합니다.
작품의 시작은 무척 화려하게 시작합니다. 추락하는 UFO와 마치 황야의 방랑자같은 여우비와의 만남은 시작부터 두근거리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배경동화도 무척 깔끔하였고, 소품이나 탈 것에 적절한 3D 효과를 준 부분도 그동안 한국애니메이션이 많은 부분에서 발전하였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그래픽이 초반 관객들의 주목을 끄는 역활이라면 그 이후에는 스토리가 관객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물론 매년 수만여개의 스토리가 쏟아져 나오는 미국의 시장이나 탄탄한 기반을 갖춘 일본시장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무리한 감이 있습니다. 그정도는 저도 알고있으니까요. 허나 3년여간의 제작기간과 안시 국제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유능한 스탭진이 모두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정말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천년여우 여우비에서는 수많은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려 백년간이나 우주선을 수리해온 요요들이나, 대를 이어 구미호를 사냥해온 사냥꾼 할아버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탐정을 비롯해 황금이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나 곰인형을 좋아하는 말 못하는 소녀에 이르기까지.
각기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지만 극중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이야기를 끝내버립니다. 아니, '끝내버렸다'라고 말하기보다는 '회피하였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까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개연성없는 스토리들이 조각조각 이어지다, 어느순간 캐릭터가 사라짐으로 그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방식은 아무리 보아도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감독의 의무가 아닐까요. 상상은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우 부분 역시 많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성우역에 대한 지적은 작년도 '아치와 시팍'에서도 한차례 거론되었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 문제가 거론될 듯합니다. 천년여우 여우비의 성우들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조화와 개성, 둘 모두를 드러내는 것에 실패하였다는 점입니다.
전문성우분들과 연예인 출신 성우분들과의 차이가 너무 커서 마치 두가지 영화를 한꺼번에 보는 느낌입니다. 연예인 성우분들은 대부분 작은 목소리에 마이크에서 2~3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연기하는 느낌이고, 반면 전문성우분들은 마이크 바로 앞에서 큰소리로 말하는 느낌이랄까요. 목소리의 톤이나 거리감이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무척이나 기묘한 기분이었습니다.
개성이 드러나지 않은 무건조한 대사들도 마찬가지이고요. 싸움을 잘하지만 나중에 개그맨이 되고싶다는 간큰 소년 황금이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소심한 목소리인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100년만에 처음으로 느끼게 된 여우비가 과연 황금이를 어떻게 불러야되는지 비록 전문성우는 아니더라도 많은 고민을 하고 연기에 임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작발표회 영상을 보고, 예상하긴 하였지만 직접 이렇게 듣게되니 무척이나 상심이 큽니다. 그러나 목소리와는 별도로 효과음이나 배경으로 깔리는 OST들은 무척이나 적절하고 또 듣기좋았습니다. 대사없이 노래만 가지고도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을 것같은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평가를 한다면, 그래픽 부분은 5점 만점에 별 다섯개, 그외 성우진과 스토리성은 별 두개정도. 그래픽적인 부분에 비해 스토리나 성우부분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주고 싶네요.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첫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감상은 이렇게 마칩니다. 아직 올해 개봉을 목표로 하고있는 한국애니메이션들이 많이 남아있으니, 실망하지 말고 다음 작품을 기대해야 되겠습니다. 아, 목동 CGV에 가시는 분들은 26일까지 헌혈행사를 열고있으니 놓치지말고 꼭 참여해 보세요. 헌혈을 하면 CGV 극장 티켓을 세 장 주더군요. 아니면 KFC 햄버거 교환권도 있고. 서류를 작성하고 헌혈을 마치는데 20분이면 충분하던데, 놓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
ps] 목동 CGV는 5관에서 천년여우 여우비를 상영중인데 I열이나 H열 7,8번정도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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