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환상의 걸작, '2020 원더키디'
2006. 9. 21. 16:18ㆍAnimation/Ani-Review
이번 애니메이션 관련 테마는 '8,90년대 흘러간 추억의 한국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6~70년대 홍길동을 비롯하여 다양한 수작을 만들어내었던 한국 애니메이션은 독재시절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진화합니다. 85년에는 재미교포 스티브 한에 의해 세계최초 3D 입체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기도 하였고, 반공물 제작이 일상화되긴 하였지만, 디즈니식의 보조캐릭터 제작등 꾸준히 내실을 다지는 시기가 바로 이 80년대입니다. 그리고 88년. 88 서울 올림픽의 계기로 세계인들에게 우리만의 문화를 보여주자는 붐이 일어나면서 국산 애니메이션의 창작품이 다시금 일어나게 됩니다. '떠돌이 까치',' 달려라 하니'등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들은 바로 이 시기에 태어난 것들이죠.
그리고 89년. KBS가 다시 한번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달려라 하니'의 성공으로 TV 애니메이션에 자신이 붙은 KBS는 이어 '2020 원더키디'라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SF 장르를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됩니다. 당시 제작비 11억. 세명동화등 국내 최고반열에 오른 제작진들이 바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지요.
그러나 완성이후 이 작품은 정작 국내시장에서 외면받고 맙니다. 작품 자체는 뛰어났기에 프랑스 최우수 TV만화상등 해외우수상을 수상받았지만 국내에선 어린아이에게 너무 어렵다(?)라는 이유로 외면받게 됩니다. 하여 원더키디의 실패이후 KBS는 신규애니제작에 타격을 받을수 밖에 없었고, 이후 17년간 원더키디를 뛰어넘을만한 대작은 나오지 않고 있는게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국내에선 그 원본조차 구하기가 힘들더군요. KBS미디어에서도 판매를 안하는 것같고, 세명동화는 사라지고..
흔히 말하는 '저주받은 환상의 걸작'이랄까요..
원더키디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개념의 소재를 많이 도입하기도 하였고, 그것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통할수 있는 소재이기에 더욱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그중 몇가지를 집어보자면..
선악의 개념에서 탈피
우선 가장 먼저 원더키디의 장점으로 들수있는 것은 대결의 구도를 단순한 선악의 개념에서 탈피하였다는 것을 들수 있습니다. 당시 한국애니메이션은 반공만화의 영향으로 한번 악은 끝까지 악이고, 착한사람과 나쁜사람은 처음부터 결정되어있다는 설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더키디는 이러한 설정을 가볍게 비틀어냅니다.
우선 미지의 행성을 지배하고 있던 기계마왕 하드론은 사실 인류에 의해 창조되었으나 반대로 인류를 배신한 로봇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1940년 sf소설의 대부, 아이모프가 주창한 '로봇 3원칙'에 미묘하게 위반되는 하드론은 '은하철도 999'나 '혹성탈출'과 같이 과학에 종속되어버린 인류의 미래를 비판하고 있지요.
또 기존의 한번 악은 끝까지 악이라는 공식과는 달리, 마왕 사령군의 총대장이었던 비비라가 개심하여 미라대왕에게 반격을 가했다는 설정이나 아이캔의 아버지나 다른 우주인들이 기계마왕의 최면에 의해 아이캔을 공격한다는 설정은 단순한 선악의 대결에게 탈피하여 좀더 긴장감있고 깊이있는 작품을 보여줍니다.
마음을 울리는 사랑
원더키디의 또하나 강점은 바로 사랑. 다소 딱딱해지기 쉬운 SF물에 원더키디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대입합니다. 아이캔이 애초에 우주선을 타소 이 미지의 행성에 온것도 아버지를 찾기위한 사랑이며, 예나와 아이캔과의 만남, 그리고 비비라과 저항군 왕자와의 사랑.. 수많은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이 펼쳐지는 것은 원더키디만의 또다른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랑이라는 감정도 단순한 동료애나 아버지에 대한 부성애로부터 소년과 소녀의 풋사랑이라든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수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애절한 사랑등 다양한 감정이 바로 이 원더키디에 잠들어있지요. 특히 마지막 비비라가 자신의 목숨을 버리며 미라마왕의 음모를 부수고 산화하는 장면과 이를보며 안타까워 하는 왕자의 씬은 이 작품이 단순한 소년의 모험활극이 아니라, 거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것을 통감하게 합니다.
개성넘치는 캐릭터들
이외에도 원더키디는 우리들의 시선을 끄는 다양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3단 변신을 할수 있는 도우미 로봇 '코보트'라든지 예나의 애완동물인 '코니' 그리고 개그캐릭터인 갑판장등 인물하나하나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개성넘치는 캐릭터라는 점도 원더키디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2020 원더키디는 근20여년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공감을 주는 추억속 최고의 작품중에 하나입니다. 이 작품을 다시 못본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네요. 최근 VOD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달려라 하니등은 서비스되고 있긴한데, 이상하게도 이 작품을 취급하는 곳은 보이지않고.. DVD로도 출시될 예정이 없고..
수십여년전 작품을 DVD로 손쉽게 구할수있는 일본시장을 보며, 조금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흠.. 언제쯤이면 우리나라 국산애니를 손쉽게 구할수 있는 날들이 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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