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드전기 vs 시간을 달리는 소녀

2006. 9. 4. 17:20Animation/Ani-Review


최근 지브리의 신작, '게드전기'가 영화 괴물등에 밀려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네요. 현재 일본에서 게드전기와 라이벌전을 치르고 있는 작품,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소개할까 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이미 코믹스판이 출시되었고, 이번에 극장판이 출시되었는데 그 간략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교 2 학년의 콘노 마코토는 고장난 자전거로 건널목을 건너다 우연히 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 사고를 계기로 시간을 도약하는 능력인 이른바 '타임리프'라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숙모인 칸바시 야마와자(원작 소설과 이어지는 듯하네요 =ㅅ=))에게 이 능력을 상담하다 이것이 시간을 도약하는 '타임리프'라는 것을 알고 경악하는 마코토. 그러나 숙모는 그나이때의 여자아이에게 자주 있는 일이라고 일축하는군요.(정말로;;) 아무튼 기억속의 과거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마코토는 기억속에 잠재된 아쉬었던 일의 해소에 마음껏 능력을 써 버립니다.



그런 그녀의 장미빛 나날(?)에 변화가... 같은 반 친구인 마미야 천소군나 츠다군과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마코토는 고민하게 되지요. 천소군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고민을 받은 마코토. 마코토는 결국 타임리프로 사건을 되돌립니다.


역사는 바뀌었지만 무엇가 뒤틀린 현재. 그녀에게 다가오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





언제까지나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그들, 아니 그녀 마코토의 희망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요. (이상 영화 홈피 날림 번역;;)






게드전기에 앞서 7월 15일날 개봉된 극장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원피스 극장판 - 오마쯔리 남작과 비밀의 섬'을 제작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최신작입니다. 호소다 감독은 여러모로 지브리와 악연(?)을 맺고 있는 특이한 케이스이지요.

호소다 감독은 원래 토에이 애니메이션 출신입니다. 1999년 '디지몬 어드벤처' 첫 극장판으로 감독으로 발탁된 뒤, 이어 '디지몬 어드벤처 우리들의 워게임!'에서 보여준 놀라운 퀄리티로 일약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주목을 받게됩니다. 이후 오자마녀 시리즈등 다양한 작품의 감독을 맡은 호소다 감독은 01년 지브리로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감독직을 제의받게 됩니다. 호소다 감독으로서는 처음으로 맡게된 토에이외의 작품이었지요.

그러나 지브리의 배타성으로 인해 중간에 제반사정을 이유로 강판당하고,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씨에 의해 완성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일본 역대 흥행수입 기록 2위를 기록하면서 대히트를 쳤고, 호소다 감독으로서는 정말이지 아쉬운 일이었지요.

이런 그의 감정은 'ONE PIECE 오마쯔리 남작과 비밀의 섬' 제작 당시 'WEB 애니메스타일'에 실린 오구로 유이치로와의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들어납니다.

오구로:호소다씨에게 '동료'란 필요한 존재인가요?

호소다:응? 무슨 의미죠? 동료는 물론 필요하죠. ……아, 그 얘긴가? 응, 아마 그 얘길 하는 건가 보군요. 각본 담당자에겐 미안하지만, 제가 그런 내용으로 이 영화를 마무리지은 것은 사실 그저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들려는 목적만이 아니라, 저 자신이 직면하고 있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하울'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죠. 이런 얘길 실어도 괜찮으려나? 하하하하하. (쓴웃음)

오구로:아뇨, 오늘 말씀하신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데요.

호소다:그렇죠. 그러니까, 즉 말하자면 '오마쯔리 남작'이란 영화는 무슨 영화인가 하면, 지부리에서의 제 체험이 바탕이 된 것입니다. (쓴웃음)

오구로:과연 그렇군요!

호소다:실은 진짜입니다. '실은'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지만요.

오구로:아아, 알았다. 오마쯔리섬이 지부리인 거군요!

호소다:그래 그래! 바로 그렇습니다. 즉 상대방 내부에 들어가서, 공평하지 못한 싸움을 강요당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내용인 거죠.

오구로:그렇군요.

호소다:제가 지부리에 가서 '하울'을 만들고 있었을 때, 그 당시 지부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만드느라 다들 정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하울' 작품 준비를 위해 지부리가 나눠줄 수 있는 스태프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스스로 불러모을 수밖에 없었죠. 작화도, 미술도, 제가 감독으로서 스태프를 직접 모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와달라고 불러모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프로듀서가 아니기 때문에, 그저 '마음'만으로 부탁을 했던 것입니다. "당신이 필요합니다"라고.

(중략)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국 프로젝트 자체가 엎어졌잖아요. 프로젝트가 엎어졌을 때, 감독은 스태프들에게 뭔가를 보증해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거든요. 그러니 그 사람들한테 뭐라 할 말이 없었던 거죠. 꼭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공약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말하자면 거짓말을 한 셈이죠. (그 사람들을) 배신한 겁니다. 이젠 아무도 날 신용해주지 않을 테고, 영화는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정말로 끝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진짜로요. 앞으로는 큰소리 치지 말고 업계 구석에서 조용조용 비즈니스라이크하게 살아가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는데 '도레미 (도캉∼!)' 40화에서 세키 히로미씨와 이가라시 타쿠야씨가 기회를 줬던 거죠. 게다가 그런 나한테, 호소다씨가 또 작품을 만들게 된다면 우리도 하고 싶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습니다. 그게 스시오씨, 쿠보타 치카시군이었습니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는 제게 있어서의 브리프 선장이 스시오씨, 쿠보다군이었던 거죠.

오구로:아아, 야마시타 타카아키씨는 조로나 상디인 거군요.

호소다:예! 맞습니다.

기사 2차출처 : 만화규장각

그런 그가 이번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과 맞승부를 벌이게 되다니, 정말 우연치고는 절묘하다고 보여지네요.

사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게드전기'는 그외에도 여러가지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원작의 경우, 게드전기는 반지전쟁,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판타지 3대 대작이라고 불리는 어슐러의 '어스시의 마법사'를 기초로 한 것이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1967년 간행된 일본의 SF소설가 쯔쯔이 야스타카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두 소설다 60년대 일본을 풍미했던 소설들이지요.

또 제작사는 우연히도(?) '카도카와헤럴드영화'로군요. '카도카와쇼텐'을 모체로 한 이 영화사는 '토쿠마쇼텐'를 모태로 한 스튜디오 지브리와 오랜 라이벌 관계이지요. 뉴타입과 아니메쥬를 보면, 얼마나 앙숙인지 알수 있을듯.(절대 상대방의 신작은 다루어 주지 않는다는..)

이처럼 여러부분에서 서로 라이벌전을 펼치고 있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게드전기'는 일단 극장판 판정에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우세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야후 저팬에서 게드전기는 5점만점에 2.5점,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4.5를 획득, 게드전기를 눌러버렸군요.

물론 이후 DVD나 피규어등의 다른 부분의 수입을 집계해보아야 누가 진정한 승자인지 알 수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지금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우세해 보이네요. 국내에는 현재 코믹스판이 발매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2권 완결) 이참에 여세를 몰아 국내에서도 극장판이 발매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작소설도 같이 발매되면 더 좋고..

아무튼 이 작품을 국내에서 만날수 있는 시기는 아직 조금 시간이 걸릴듯하지만, 게드전기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대변되는 두 양대거물들의 라이벌전을 보니, 조금은 유쾌한 기분이 듭니다. 흥미진진하다고나 할까요 두 작품의 승자는 과연 누가될지, 두근두근 기대해 봅니다.

PS.] 아래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 주제가을 첨부해 봅니다. 가넷님의 네번째 싱글앨범에 첨부된 곡이네요. 그 아래는 보너스로 '아즈망가 대왕'의 작가이신 아즈마 키요히코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고 그렸다는 일러스트를 첨부하였습니다. 원작 포스터와는 달리 포스가 넘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