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아니 잊혀진 사랑, 데이지.

2006. 7. 5. 15:48Issue/Movies


'숨겨진 사랑'이라는 말을 뜻하는 데이지는 전지현에 의한, 전지현을 위한 영화이다. 한 여자를 둘러싼 킬러와 형사와의 어긋난 사랑, 다소 통속적으로 보이는 이 소재를 감칠 맛나게 꾸며낸 것은 바로 전지현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전지현은 사랑하는 이를 끊임없이 기다리며, 날마다 그를 꿈꾸는 청순가련한 여성이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몸을 날릴 줄 알며, 그의 죽음에 분노하고 또 용서할 줄 아는 강인한 여성상을 모두 그려내고 있다.

특히 중반부에 들어서는 오직 몸짓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색하지 않은 점이 그녀의 특징이랄까. 상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실 영화자체는 다소 매너리즘에 빠질 정도로 지루한 편. 눈이 부실정도로 영상미 자체는 뛰어나지만, 시나리오상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한 것같다. 그나마 후반 들어 정우에 이은 박의의 죽음은 나름대로 충격이었지만, 대세를 극복하기엔 역부족.

차라리 해영(전지연役)이 정우나 박의 둘 중 한명의 아기를 가지고, 엔딩에서 그 아기와 함께 길을 건너면 어땠을까. 그 뒤로 정우와 박의가 웃음짓고 있고. 그것이 더 숨겨진 사랑에 와 닿는 것 같은데, 탄산이 빠진 콜라처럼 그다지 큰 임팩트가 없었던 점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