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아이를 에어백으로 쓸 참인가.

2006. 6. 4. 03:26Issue/Society

얼마전 뉴스를 보니 정부의 카시트 의무화방침이 권고수준으로 하향 조정되었다고 한다. 가장 최소한의 꼭 필요한 조치가 일부 시민들의 불만에 의해 이렇게 또 사라지는 것을 보니 가슴이 참 답답하다.

자동차에 탔을때 가장 먼저해야하는 일은 안전벨트를 매는 일이다. 자신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자동차가 다니는 차도를 혼자쓰는 것도 아니고, 언제 어디서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이때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건 바로 이 안전벨트 하나밖에 없다. 교통사고 관련 뉴스를 볼 때 안전벨트를 매서 별로 다치지 않았다는 기사가 나오는 까닭도 이때문이다. 그런데 왜, 자신의 목숨만큼이나 소중히하는 자신의 아이들에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가?

다음은 차량 추돌시 받는 충격에 대해 설명한 그림이다.


카시트 미장착시


카시트 장착시

그림을 보면 카시트를 미장착하고 일반 안전밸트만을 맨 아동이 추돌시 얼마나 큰 충격을 받는지 알수있다. 머리가 거의 무릎부분까지 젖혀지는데, 앞좌석이라면 차량 앞판넬에 부딪쳐 뇌중탕을 입을수 있다.

안전밸트를 매도 이정도인데, 하물며 아이가 칭얼거린다고 아예 안전밸트를 매지 않거나 앞에 안고가는 아이들은 어떠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해지지 않는가.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은 선진국에선 이미 카시트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Child Car Seats라는 홈페이지에 가보면 현재 다른 국가에서 시행중인 카시트 정책을 알아볼수 있다.

한가지 예로 미국의 뉴욕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시행령을 내리고 있다.

Child Restraints( 어린이 보호장비 : 카시트)
Children aged 3 years and younger must be in a child restraint.
(3살 미만의 어린이는 반드시 카시트를 사용해야 된다.)

4 to 15 year olds must be restrained but can use the adult belt if no child restraint available.
(4살에서 15살 사이의 어린이는 카시트를 사용하되, 카시트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성인용 안전밸트를 사용한다. - 아마 미국 어린이들은 덩치가 커서 그런듯..)

Seat Belts (안전밸트)
People aged 16 years and over must wear a seatbelt in front seat.
(16살 이상의 사람은 좌석에 앉았을때 반드시 안전밸트를 착용해야 된다.)

이와같이 카시트 의무화는 이미 세계의 대세이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법안이 일부 몰지각한 이들에 의해 그 법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으니, 정말 어이없을 따름이다.

이들의 변명도 참 가지가지이다. 이 법안이 카시트 회사의 로비에 의해서라는 허무맹랑한 주장도 있고, 또 아이들이 칭얼거려서 못태우겠다는 등의 철없는 주장도 있다.

아이가 떼를 쓴다고 아이 목숨과 타협할 것인가. 아이에게 안전에 대해 교육을 시켜주지는 못할망정 칭얼거린다고 '오냐오냐' 해주다니... 버릇없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사람목숨을 허투로 여기는 참 철없는 부모들이다.

게다가 카시트가 비싸서 못사겠다는 황당한 주장도 있다. 자신이 가난한 아빠라고 밝힌 어느 네티즌의 글을 보면 카시트 가격이 40만원이나 되어서 도저히 못사주겠단다. 뽀할할~~ 

정말 개그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눈을 낮추면 10만원대의 저렴한 제품들도 있는데, 스스로 가난하다면서 눈은 왜이리 높은지.. 사실 카시트에 들어가는 원재료야, 폴리에스테론같은 플라스틱과 몇가지 원단정도가 전부이다. 원재료값만 따진다면 아마 만원도 안되지 않을까...(참고로 우리가 쓰는 일반 키보드의 원재료가는 400원이란다. )

그럼, 그 나머지 가격은? 다 메이커값. 루이비통의 핸드백이 짝퉁 중국산에 비해 수백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는 것처럼, 상당수가 거품일 뿐인데, 저렴하다고 무시좀 하지말자.  가계가 어렵다면 품질보증을 받았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저렴한 제품을 구입할 것이지, 무조건 메이커만 찾는 일부 철없는 부모들, 참 꼴사납다.

마지막으로 정말 이마져도 어려운 형편이라면? 그럼, 어린이 안전재단을 이용해보자. 6월경에 접수를 통해 무료로 카시트를 보급해주고 있다. 보증금 3만원(후에 반환시 환불) 및 왕복 택배비 및 세탁비  만2천, 총 4만 2천원으로 카시트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을 가진 오너가 고작 4만원도 아깝다고 하지는 않겠지..

어린이는 부모의 부속품이 아닌, 하나의 생명이며 존중받을 인격체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조금 더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 그것이 어려운 일인가?

어린이들의 그 무한한 가능성을 스스로의 무지와 아집으로 인해 망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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