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고양이, 할머니는 참 위대하시다.
2015. 8. 27. 05:59ㆍIssue/Cat
며칠 전 비 오는 날이었다. 그 날도 집 나간(?) 고선생 걱정에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요즘 고선생 밥 주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갑작스레 이주한 고양이 대가족의 으름장 탓인지, 요즘 고선생은 아파트 단지 앞 도로변에 몸을 숨겼다. 골목길에 상가와 주택이 다닥다닥 붙은 이 곳은 차도, 사람도 너무 많이 다니는 위험한 곳이다. 주변에 쓰레기들과 술집도 많고,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고 있으니.
서둘러 편의점에 들러 길냥이 밥을 확인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길이었다. 어디선가 '나비야'하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던가. 살짝 몸을 피해 주의를 둘러보니, 할머니 한 분께서 연신 '나비야'를 외치시며 단지 입구 계단을 오르고 계셨다. 그리고 그 옆에 거짓말처럼 따라오는 고선생. 내가 며칠 동안 같이 가자고 해도 꿈쩍하지 않던 고선생이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온 것이었다.
할머니께서는 순식간에 다른 고양이들을 쫓아내더니, 내가 미리 부어둔 사료를 고선생에게 주었다. (이런 절묘한 타이밍이라니~) 그렇게 할머니는 고선생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한참을 같이 하셨다.
그리고 다음 날, 고선생이 돌아왔다. 며칠간의 도피 탓에 살이 살짝 마르고 털의 윤기도 거칠어졌지만, 그래도 고선생이 돌아왔다. 다시 반갑게 인사하는 고선생의 모습이 정말 반갑다. 역시 할머니는 위대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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