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몬 광고와 알바에 대한 기억

2015. 2. 8. 18:38하루 일기/2015 Diary


대략 15년 전 일이다. 당시 군을 막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까지 PC방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시급은 최저시급. 아침에는 담배연기로 찌든 100여대가 넘는 모니터를 일일히 손으로 닦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매장 물품 반입과 청소,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을 상대하느라 그야말로 정신없이 보냈다. 커피 자판기도 매일같이 분해해서 청소하고. 야간 근무자가 사장 조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일이란 일은 모두다 내가 했다. 그래서 받은 돈이 한달에 75만원. 12시간 근무 및 야간근무이니 초과수당을 받았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으니 그저 주는대로 받았다. 참 멍청한 짓이었다.

시간이 흘렀건만 멍청한 세상은 아직도 여전하다. 학교는 여전히 국영수 위주로 노동법과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시장은 여전히 최저임금도 안 줄려는 업소들과 최저임금을 주었으니 사람들을 개처럼 부리려는 업소들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개판이다.  

그런 와중에 알바몬 광고를 보았다.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공익광고도 침묵하는 세상에서 기업이 이런 광고를 내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반갑다.

광고 이후에 일부 사장들은 최저시급을 이런 시급이라고 표현했다며 항의전화를 하였다고 한다. 최저시급은 아무 것도 안하고 그저 사람만 세워둘 때 줄 수 있는 시급이지 막노동판 노동자처럼 일을 시키면서 줄 수 있는 돈이 아닌데, 아직도 정신을 덜 차렸나보다. 이런 업소들은 리스트로 만들어 불매운동이라도 하고 싶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엊그제 맥도날드에서는 비정규직들에 의한 집회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밥먹기 곤란할 때 자주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인데, 세계적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별과 불법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제2, 제3의 집회를 기대하여 본다. 아울러 다음 아고라에는 '알바의 권리 챌린지'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고, 기대했던대로 무도에서는 '열심히 일하는데 빛만 느는 세상'이라며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해 주었다. 그동안 침묵하던 세상에 말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노동법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못한 지금의 세대에서 이번 이슈는 어쩌면 금방 묻힐지도 모른다. 이번 맥도널도 집회 댓글만 보아도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매장주를 걱정하고, 이용하기 불편했다는 댓글들이 눈에 보이니... 이런 이기적인 사람들과 이기적인 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세상이 당장 바꾸는 일은 정말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더 큰 꿈을 꾸어보고 싶다. 이런 작은 이슈들이 하나둘 모여, 언젠가는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존중받고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나부터 노력해 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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