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2. 21:13ㆍ하루 일기/2015 Diary
새해의 일이다.
어머니와 함께 외출 준비를 하는 도중에,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향년 91세. 주무시듯 돌아가셨다고 한다.
늘 그렇듯 후회가 된다. 마음 속 정정한 모습만 기억한 채, 바쁘다는 핑계로 생전 잘 찾아뵙지 못한 것이. 검은 넥타이가 하나 더 늘어났지만, 여전히 나는 후회하는 바보이다.
밤을 새워 포항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성인이 되서 처음으로 큰 외삼촌을 뵈었다.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안으로 들어가니 영정사진 속 할머니도 보인다. 죽음. 비로소 실감난다. 이것이 현실이구나…. 후회하며,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이후의 일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였다. 신발을 정리하고, 매점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조의금을 받으며, 장지와 비석에 대해 확인하고…. 끊임없이 말하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 와중에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을 받았다. 잊고 살았던 외가형제들. 모든 형제들이 드디어 한 자리에 모였다. 명절조차도 서로 바빠 만나기 힘든 세상이다 보니 그 자리가 너무나 소중했다. 결혼을 한 형도 있고, 뜬금없지만 수의사가 된 형도 있고….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데,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다보니 그 날의 생생한 기억과 함께 마음 속 응어리가 조금은 풀린 느낌이다.
마지막 날, 할머니를 웃으며 보내드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옆에 던져둔 검은 넥타이가 어색하게 보인다. 누군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리고 검은 넥타이가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이 두려움이 익숙해진다면 어른에서 노인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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