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전송과 그 속도에 대해...

2006. 1. 16. 18:26하루 일기/2006 Diary

어제 뉴스를 보다가 다소 어이없는 뉴스를 보게되었다. 열차사고에 대한 뉴스인데, 그 뉴스에 기관사의 실명이 그대로 기재된 것이다. 뉴스의 내용을 보니, 기관사의 잘못도 아니고, 사고자의 자의적인 실수로 사고가 난 것인데, 이상하게도 해당 사고자는 실명처리되면서 기관사는 실명처리되지 않은 까닭이 무엇인지..

기관차라는 것이 자전거처럼 쉽게 세울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사고가 나면 해당 기관사는 평생 그 순간을 가슴에 지고 시달린다는데, 정말 무책임한 보도였다. 그래서 해당기사를 쓴 기자에게 문의, 어제 저녁 답변을 받았다.

송신 :

안녕하세요, 임XX 기자님. 2006.01.14 07:37자 "만삭 30대 주부,열차에 치여 두다리 절단 … 첫 아이 유산" 기사에 대해 문의드립니다.

해당기사를 보면, 사고당시 기관차를 몰았던 기관사의 실명이 그대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위 사고에 대해 정확한 정황은 판달할 수 없지만, 기자님이 쓰신 기사내용으로 보아, 기관사의 잘못이 아닌 임산부의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에 기관사의 실명을 기재하여 가뜩이나 사고로 인하여 충격에 휩싸인 기관사분을 한층더 괴롭히는 행위는 그 행위의 과실유무를 떠나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라건데, 지금 즉시 해당기사에서 기관사분의 실명을 삭제해주시길 바랍니다. 살인사건의 가해자라도 실명공개가 되지 않는데, 가해자도 아닌 피해자 신분이라고 볼 수 있는 기관사의 실명을 그대로 기재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빠른 처리 부탁드립니다. 그럼.

답신 :

광주일보 임XX 기자입니다.

'행복한소금이'님의 메일과 따끔한 충고 잘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전부터 메일을 보냈지만, 제가 어제 쉬는 바람에 뒤늦게 확인을 하게 됐습니다.

기관사님의 실명이 나가게 된 경위와 해명을 굳이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문기사의 형식상 기관의 장이나 사물의 소유주 등은 괄호 안에 표기하도록 돼 있습니다.

저 역시 그 형식을 지키다 보니 무의식 중에 기관사님의 이름을 거론하게 됐고,

여러분의 생각처럼 이번 사고가 기관사님의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 큰 거부감 없이 실명을 그대로 쓰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지적처럼 기관사분이 큰 상처를 입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합니다.

비록 엎질러진 물이지만, 회사에 연락을 해 기관사님의 실명은 삭제했습니다.

또 상처를 입으셨을 기관사님께 사죄를 구하겠습니다.

저의 미흡한 기사로 인해 언짢아 하신 많은 분들에게도 깊은 용서를 구합니다.


이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된 줄 알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단 하루사이에 상당수의 기사가 스크랩되어 사이월드등의 미니홈피등에 유포된 상태이고, 또 일부 포털사이트에서는 여전히 수정된 기사를 기재하지 않은 상태이다. (해당 기사가 주요뉴스도 아니고, 사회면의 일반사고란의 단순 기사에 불과한데, 이러한 뉴스를 스크랩하는 분이 많다는 것은 조금 의외였다.) 그래서 해당 뉴스가 얼마나 유표되었는지 포털사이트를 통해 알아보았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기사를 수정하지 않은 사이트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143&article_id=
0000010351&section_id=102&menu_id=102

- 네이버 뉴스

http://news.paran.com/snews/newsview.php?dirnews=90477&year=2006

- 파란 닷컴 뉴스

http://kuki1.stoo.com/news/html/000/455/372.html

- 쿠키 뉴스 (본사인데 정말 의외다. ㅡㅡ;;)

네이트 - 미니홈피, 웹링크로 검색가능


기사를 수정한 사이트

다음 - 정보수정

기 타 :
코리아, 야후, 프리챌, 네띠앙 - 자료없음

http://news.empas.com/r/2g/u=www.breaknews.com/new/sub_read.html?uid=32734&section=section3
엠파스 - 브레이크뉴스 : 이 기사도 실명기재, 수정요청 메일을 보냄.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10여개를 검색해본 결과 이중 5개의 사이트에서 여전히 해당 기관사의 실명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 전파속도는 더욱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여 다시 기자분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수정요청을 다시 한 번 부탁드렸다. 과연 문제의 기사가 완벽하게 수정될 수 있을까. 답신을 기대해 본다.

참고로 수정된 기사를 올린다.

[쿠키 사회] ○…만삭인 30대 주부가 열차에 치여 두 다리를 잃고 아기는 유산했다.

지난 12일 오후 6시50분께 광주시 광산구 신가동 광신대교 철길에서 곽모(36·광주시 광산구 신가동)씨가 용산발 광주행 무궁화호 1457호 열차에 치여 양쪽 다리가 모두 절단됐다.

곽씨는 사고 직후 119구조대에 의해 신가병원을 거쳐
전남대 병원으로 후송됐다. 곽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15일 출산 예정이었던 첫째 딸은 유산했다고 병원측은 전했다.

기관사 김씨는 경찰에서 “극락강 역에서 광주방향으로 500m 가량 주행하던 중 갑자기 철길 위에 이상한 물체가 보여 급제동했으나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곽씨의 남편은 “이날 오후 5시에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출산을 앞두고 있으니 몸조심하라’고 했는데, 아내가 왜 그곳으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곽씨가 철길 위에 누워있었다”는 기관사의 진술로 미뤄, 곽씨가 자살을 기도했거나 뒤늦게 열차를 피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