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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기/2013 Diary

교사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1.

오래 전 읽은 소설 중에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책이 있다. 제목은 호밀밭이지만, 정작 호밀밭은 나오지 않는 이야기. 이야기 속 주인공인 홀든은 어느 날 여동생 피비에게 이렇게 말한다.

'수천명이나 되는 어린애들이 있는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 .  내 말은, 어른이 아무도 없다는 거야. 나 말고는 말야. 그런데 나는 어떤  미치광이같은 벼랑 가장자리에 서 있는 거야.

내가 뭘 하냐 하면 말야, 아이들이 벼랑을 넘어가려고 하면 그들을 잡는 거야. 내 말은, 아이들이 어디로 가는 지 보지도 못하고 달려갈 때  내가 어디선가 나와서 그들을 잡는다는 거야. 내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은 그것뿐이야. 나는 그저, 호밀밭이니 뭐니에서 파수꾼이 되고 싶어. 그게 미친 짓인 줄은 알아,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건 그것밖에 없어.  그게 미친 짓인 줄은 알아.'

2.

얼마 전, 일베충이라 불리는 잠재적 범죄자에 의해 또 한 건의 이슈가 터졌다. 스스로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이는 어린이를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라 부르며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마음껏 분출했고, 그의 행적은 인터넷에 고스란히 공개되었다. 심지어 아무 잘못없는 아이들의 모습까지도!

그런 그가 초등학교 교사에 정식으로 임명된다고 한다.

그의 근무지를 관할하는 경북 교육청은 이에 대해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고, 그에게 자격증을 준 대구교대는 어린아이를 성적대상으로 삼는 사람일지라도 교원 자격증은 취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29일자 국민일보) 마치 회전목마처럼 세상이 미쳐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3.

호밀밭 속 홀든은 어른이 되었을 때 선생님이 되었을까? 작가가 후편을 집필하지 않았으니, 상상에 맡기자. 다만 그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스스로 미쳤다고 말했을지언정, 그의 이타심만은 진심이었으니까. 무릇 교사라면 살인자 앞에서도, 허리케인 앞에서도 아이들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아이를 섹스 대상자로 보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다.

경북 교육청과 대구 교대는 규정에 없다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비열하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마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지 못함에 안타깝다.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규정에 의해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그들은 이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모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