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3. 03:04ㆍ하루 일기/2013 Diary
1. 오늘 병원에 가는 길에 박근혜의 대통령 취임소식을 들었다. 한없이 우울하고 암울하다. 분명 정치에서는 승자에게 축복을 보내는 대범함을 보이라고 하는데, 사위어가버린 희망과 짜증스럽기만 한 라디오 소리는 나를 소심하게 만든다. MP3의 볼륨을 높혔다.
2. 병원에서도 박근혜의 취임식 소식이 한창이다. 박근혜 왈, '국민들을 위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나는 저 사람을 뽑지 않았으니 국민이 아니겠군.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이내 수긍한다.
3. 박근혜 정부가 취임식에 앞서 경제민주화를 포기했다는 기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비정규직이 많고, 슈퍼 갑인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못산다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놓더니 서민 코스프레도 아까웠나. 5대 공약이 5대 뻥약으로 바뀌어 버렸다. 어쩌겠나. 박근혜가 원하는 사람은 쌍팔년도 중동으로 독일으로 일개미처럼 일만 할 줄 아는 국민인데.
4. 북한에 대한 발언도 나왔다. 생각한다. 비핵화하겠다고 냉각수 탑 폭파하고, 원자로 연료봉 넘겨줄테니 받아달라고 말하던 북한이 미친놈인가, 아니면 시세보다 조금 높다고 연료봉 구매를 거부한 이명박근혜와 새누리가 문제인가. 북한의 입에서 '남한은 동포가 아닌 적'이란 말까지 나오게 한 그들이 메시아처럼 찬양받는 꼴을 보고 있자니 위가 뒤틀린다.
5. 어찌되었든 또다시 5년이다. 두더지처럼 침묵하며 살아야겠지만, 그래도 살아야겠지. 참 운수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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