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3. 14:08ㆍ하루 일기/2012 Diary
지난 주 학회 출장차 용평에 갔다 우연히 졸업식을 하는 학교를 보았다. 안개처럼 흩어지는 입김 사이로 종종 걸음을 걷는 부모님과 아이들. 교문을 들어서는 그 모습은 오래전 그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건만, 문 앞의 경찰차는 바뀐 시대상을 대변하는 듯하다.
시간이 흐른 탓일까. 잠바는 촌스럽다고 반코트만 고집하고, 점심시간에는 축구공 하나에 열광했던 우리들. 시험도 있고 다툼도 있었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그 시절 우리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졸업식을 바라보고 있다.
문득 10여 년 전 졸업식 모습이 떠오른다. 그 날의 졸업식도 오늘만큼 추었다. 코트에 손을 넣고 조금은 느릿한 걸음으로 문을 열었을 때, 나를 반기는 친구들의 잡담소리. 평소와 조금 다른 미묘한 기분이었지만, 그 날도 어느 날처럼 같아지려고 애썼다. 작별이나 안녕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시험에 떨어져서 실업계로 가거나, 학교가 달라 오늘이 마지막인 친구도 있었지만, 평소처럼 장난도 치고 잡담을 나누며 평범해지려고 애썼다.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은 난다.
하교 길은 친구들과 함께 놀던 놀이터, 오락실을 돌아보며 홀로 돌아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은 밀가루나 달걀을 던지고 옷을 찢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졸업으로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을 가졌던 우리들은 감히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었다. 밀가루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집에 가다니, 이 얼마나 쪽팔린 모습인가!
그 시절, 무엇을 해도 좋았고, 오늘보다는 내일을 먼저 생각했던 나. 그런 내가 이제는 어제를 회상하는 추억을 논하다니, 정말 이제는 어른이 다 되었나보다. 그 때의 나는 이런 나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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