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전투에 대한 단상.

2010. 11. 25. 00:47하루 일기/2010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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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공을 들였던 것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였습니다. NLL(북방한계선) 문제 때문에 그동안 경제협력과 군사적 보장에서 전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NLL에 대한 주장이 서로 다르다 보니 현장에서 늘 충돌위험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가장 공을 들였던 것이 서해평화협력지대입니다. 그동안 NLL 문제 때문에 충돌이 있었지 않습니까? 희생도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킨 선이라고 자랑할 것만이 아니고 평화를 만들어낼 대안도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NLL을 두고 ‘우리 국민이 목숨을 바쳐 지킨 선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꾸로 보면 NLL 이라는 분쟁의 선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희생된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쌍방이 많이 희생 되었지요. 그래서 NLL 문제는 어떻게든 반드시 해결 되어야 한다, 특히 NLL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더라도 그로 인한 분쟁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루어왔던 문제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 회고록 <성공과 좌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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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에 국지전이 벌어진지 만 하루가 지났다. 누군가는 죽고, 또 누군가는 일상을 일탈하여 불안감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연평도이지만, 책임지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나라 한 해 국방비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에 비해 10배, 20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단순히 국방비만 비교해보아도 전력차가 월등한데, 지난 몇 년간 우리 군은 항상 북한에 패배하여 왔다. 정부가 주장하는 천안함 침몰이 그러하고, 연평도 전투가 그러하다.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혹자는 고장 난 채 방치된 자주포와 레이더 시설을 보고, 군의 기강이 해이해져서 라고 말할지 모른다. 또 다른 이는 틀어진 남북 관계와 북한의 정권 승계에서 원인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 자신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싶다.

대한민국에는 두 가지 분류의 사람이 있다.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하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너 빨갱이지,’라고 말하는 사람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와 다른 생각에 ‘그래, 알았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저 위에 대통령, 국회의원에서부터 일반 시민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분류안에서 서로 뭉치고 또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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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싸움의 과정이 무척 소모적이고,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전작권이 그러하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통령 연설에서 인계철선이라는 말로 자국의 국방을 남에게 맡기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며, 대한민국의 전작권이 대한민국 정부에게 있을 때 비로소 대등한 관계에서의 남북 협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실행으로 이어졌으며, 미국은 2012년 전작권을 반환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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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전작권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연기 사실을 발표하며 “작전권 이양과 관련해서는 정식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현재의 안보 환경과 양국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의미에서 우리가 2015년 말까지 이양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께서 수락해주신 것에 대해 또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5년간의 노력은 허사가 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낯선 것이 아니다. 참여 정부 시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까지 이어진 우호적인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섰고, 그에 대한 피드백은 연평도 전투라는 매우 강력한 무력 시위로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참여 정부 때와 비슷한 남북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변화는 원점으로, 원점은 변화로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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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새인가 누군가의 죽음에, 그리고 전쟁에 대해 무감각해진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외국인 친구가 불안감에 찬 목소리로 전쟁에 대해 물어도 왠지 호들갑떠는 모습으로 보이고, 전쟁에 대한 공포보다 오늘 저녁 식사 메뉴에 더 고민하는 이상한 사람.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그런 이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왠지 더 슬퍼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