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를 풀어나갔다면?

2010. 5. 26. 14:41Issue/Society

요즘 천안함 사고로 이어진 남북간의 대결로 인해 사회가 무척 혼랍스럽습니다. 주가는 폭락 중이고, 무력으로 대응하겠다는 북한의 발언에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말도 종종 들리곤 합니다. 현 정부는 작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유도하였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천안함 사고가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일어났다면 어떠하였을까? 그 분을 마음에 묻은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이름 석 자를 잊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최근 '성공과 좌절'이라는 회고록을 다시 읽고 있는데, 여기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참여정부 시절 남북간의 관계는 평화와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2002년 터진 북핵문제는 2006년 북한의 핵보유국 선언으로 다시금 긴장상태에 들어섰고,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않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무력적 대응 대신에 신뢰와 평화, 외교적 해결의 원칙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신뢰란 무엇인가.

'신뢰란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신뢰, 도덕성에 대한 신뢰와는 좀 다릅니다. 상대방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이 뭐냐, 상대방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해소해주는 것이 신뢰입니다.'
- 성공과 좌절 본문중에서..
당시 북한은 남측이 미국과 연계하고 무력공격을 강행하거나 흡수통일을 할 지도 모른다는 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부시정부의 이라크 개전으로 더욱 현실화되었고, 북한은 핵 카드를 더욱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는 기존의 여러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며, 이를 존중한다고 못 박음으로써 흡수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러한 원칙은 북한이 남한을 신뢰성을 가진 협상 파트너라고 인식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이로인해 북핵사태는 우리측의 주도로 좀 더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북한과의 신뢰구축을 위해 흡수통일과 같은 정책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은 퇴임이후 이루어진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노 전 대통령은 ‘흡수통일은 평화통일인가’라고 반문한 대목에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는 것은 평화통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흡수통일을 전략으로 삼아서 상대 권력의 붕괴를 추진한다면 그것은 북한을 자극하여 평화통일을 깨는 일이 될 수 있다. 탈북자 문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룰 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평화적 해결의 원칙 

노 전 대통령은 문제해결의 두 번째 방법으로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주장하였습니다. 단 노 전 대통령은 평화적 해결이라는 명분하에 상대방과 대화하지않고 압력으로 굴복시키는 방법은 경계하였는데, 이로인해 참여정부는 부시정부과 갈등을 빚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고수하였습니다. 압력에 의한 해결은 단기적으로 문제해결의 방법이 될 수 있으나, 향구적인 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부시정부도 이를 승복하였고, 이후 남북관계는 개성공단을 비롯한 다양한 교류가 북핵이라는 긴장감넘치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 노 전 대통령과 정 반대의 원칙을 고수함으로서 문제를 크게 부풀리고 있습니다. 확성기를 설치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군사대응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서로간의 신뢰성을 붕괴시키는 밑작업이며, 북측 상선의 퇴거조치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 방법과는 거리가 먼 압력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북한은 금일 '북남관계 전면폐쇄, 북남불가침합의 전면파기, 북남협력사업 전면철폐'를 내세우며 남북간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아울러 국내 경제는 연기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증시 폭락과 환율 급등의 이중고에 어찌할 줄 모르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더이상 실패한 해결책을 고수하지 않기를, 이명박 정부에 충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