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검역병원 체험기

며칠 전부터 열이 나고, 기침이 계속되기에 병원에 가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일반 병원에 갈까 하다가, 요즘 신종플루가 유행이라고 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점병원에 찾아가 보았습니다. 인근 거점병원으로는 원주 의료원이 가장 가깝더군요.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30분.

병원에 들어서니, 낯선 건물 하나가 보입니다. 발열환자 선별진료소라는 이곳은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가 신종플루에 걸렸는지 유무를 확인하는 곳입니다. 문 옆에는 진료시간 쪽지가 붙어 있고, 내부는 콘크리트 바닥에 급조한 티가 나는 짝이 다른 간이의자 몇 개가 놓여 있군요. 중앙 데스크에서는 두 명의 직원이 정신없이 진료 신청을 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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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문할 때만 하여도 정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시설이 이렇게 열악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곳에 있다간 그야말로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학교에서는 건물마다 손 소독제가 상시 비치되어 있고, 마스크도 무료로 나누어 주던데, 그런 기초적인 위생장비도 찾아볼 수가 없군요. 예산 부족일까요?

신종플루일지도 모르는 예비환자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기침을 하고 있고, 저는 그곳에서 무려 4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마저도 중간에 진료를 포기하고 돌아간 사람이 많아서 받은 것이지, 정상적으로 기다렸다면 오늘 밤샐 뻔 하였습니다. 몇몇 분들은 너무 긴 대기시간에 항의하기도 하였는데, 병원 측에서는 현재 의사들이 전담 근무로 배정된 것이 아니라, 환자들 회진을 돌면서 남은 시간에 일하는 것이라 더는 시간과 인력을 확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한대도 정부는 뭐 하는지 모르겠네요.

진료는 체온검사와 문진 후에 확진검사를 바로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간이검사를 먼저 하였는데, 요즘에는 신뢰성이 떨어져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애초에 간이검사는 신종플루 검사가 아닌 독감검사였다고 하니, 못 믿을 수 밖에 없군요. 이후 타미플루를 처방받고, 확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데 당분간에 집에 있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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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확진검사 진료비는 63,400원이고 진찰료를 포함하여 전체 비용은 63,500원이 들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카드로 그었고요. 저야 혼자 살아서 별 문제없지만 가족분과 같이 사시는 분들은 정말 걱정입니다. 4인 가족으로 따지면 벌써 진료비로만 25만원정도가 나가네요. 

타미플루는 1일 2회 복용기준으로 5일치에 해당되는 10캡슐을 받았습니다. 유효기간을 보니, 2007년 4월 만료인데, 기간을 늘려서 2012년까지 유효하도록 적혀 있더군요. 진료소에서는 유효기간이 연장되어도 별 문제 없고, 또 신종플루 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사람이 먹어도 아무 부작용이 없다고 말하던데 조금 꺼림칙한 것이 사실입니다. 유효기간은 둘째치고 부작용이 없는 약이 어디 있을까요.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역시나 미국에서는 예방을 목적으로 타미플루를 처방하는 것을 금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타미플루 처방으로 약 3백여건의 부작용 사례가 접수되었군요. 특히 어린아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약을 단지 의심환자란 이유로 마구 처방하다니... 오남용으로 인한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걱정되는군요.

신종플루 결과는 사람들이 많이 밀려 4,5일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확진결과가 나와도 다시 병원을 찾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비위생적인 환경에 제대로 된 조치없이 몸을 방치하는 일은 두 번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니까요. 거점병원... 제게는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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