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한민국 국치일입니다.

2009. 10. 30. 01:44하루 일기/2009 Diary

오늘은 대한민국 국치일입니다.
대한민국은 흔히 민주주의 공화국이라 합니다. 요즘같은 시기에 이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대한민국은 삼권 분립의 정치제도를 가진 민주국가라고 하네요. 그러나 내일부터는 이 말을 새로 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일 헌법재판소는 미디어법 부정투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며, '국회의원 표결심사권한 침해, 무권투표·대리투표로 인한 위법, 그리고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에 대해 모두 사안을 인정하였습니다. 당시 현장은 수십여명의 기자들이 생중계하였으니, 위법 사안은 의심의 여지가 없던 사안이었고, 저 역시 이 문제는 아무리 헌재라 할지라도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리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헌재는 또 국민을 배신하였습니다.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네요.

법위에 선 헌재, 존중받을 가치가 있을까. 

헌재는 위 사안들이 모두 위법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최종 결론에 대해선, "이번 결정은 표결절차에 있어 청구인들의 법률안심의 표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것 이지만, 가결선포행위에 필요한 정족수가 부족해 무효확인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라고 최종 선고하였습니다. 즉 절차상의 잘못은 있지만, 부정한 행동으로 이룬 결과에 대해서는 인정하겠다는 말인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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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닝은 했지만 불법행위는 아니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벌써부터 이와 관련된 패러디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민주당에선 '쿠데타를 하면 절차는 잘못됐지만, 권력을 장악했다면 유효하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나왔으니, 오늘 헌재의 선고로 충격을 받은 사람은 저 혼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입법권을 존중하여 국회로 사안을 되돌려보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합니다. 이번 사건 자체가 김형오 국회의장을 포함한 여당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요청한 것인데, 이를 국회의장이 자의적으로 다시 판단하라니요? 범죄자가 자기 죄를 스스로 판단하라는 말밖에 더 됩니까?

게다가 헌재의 이번 판결로 인해, 11월 1일부터 사실상 미디어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 이상, 헌재가 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조하였다는 진실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 역사의 오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답답합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지금 이 마음같아선 주먹을 불끈 쥐고 싶지만, 그것이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기에 저는 인내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불타는 마음을 모으고 모아, 다음 선거때 반드시 한나라당이 당선되지 않도록 저의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겠습니다. 다행히 이번 재보궐선거를 보니, 아직 희망은 있는 것 같군요 아직도 우리는 길고 긴 어둠의 터널 앞에 서 있습니다. 인내하고, 투표로 이겨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