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또 오해하다. 그가 자꾸 오해하는 이유는?

2009. 6. 17. 16:40Issue/Society

오늘 아침에 미국으로 건너간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미국에서 생중계되었습니다. 생방송은 보지못하고, 지금 YTN의 재방송을 보고있는데, 보도된 신문기사와 생방송을 보니 너무나도 다른 기조에 의아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성공적인 회담으로 자화자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속내를 모르겠군요. 지난 회담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북한에 대한 전략부재, 미국 따라하기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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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경제봉쇄 및 금융봉쇄의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물론 그 전제조건으로 중국, 러시아, 한국이 협력하에 진행된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몇 년전에도 이와 같은 조치가 북한에 적용된 사실을 비추어볼 때, 또다시 경제제재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의 전략적 조치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전부터 이와 비슷한 방법을 자주 사용해 왔다. 미국과 동조하여 강력한 우방력을 과시함으로서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고장난 레코더처럼 틀에 밖힌 소리 외에 그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였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북핵사태에 대해 아무런 전략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철저하게 미국에 의존한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북핵사태와 개성공간을 별개로 취급하려는 노력과는 달리 이명박 정부는 북핵문제와 개성공단을 하나로 연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취임 초, 당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고 발언한 내용이나 지난 정권의 남북 협정을 무시하고 15년전 남북협약 문서를 다시 부각한 이유도 모두 이와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시 북한에 4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강성발언으로 또다시 북한을 자극하였습니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을 적대하는 발언을 연일 터트리면서도 아무런 전략적 대응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6자 회담을 제안하긴 하였지만, 한국이 이전처럼 중계자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독자적인 전략없이 미국의 전략적 방침만 따라가는 입장에서 조용히 있으면 중간이나 갈 것을, 굳이 강경발언을 일쌈으며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는 호랑이 위세를 믿고 깽판치는 여우의 모습과 같습니다.

2. 아전인수로 해석한 FTA
이명박 대통령의 무지는 FTA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에서는 '자유무역'에 대한 정치적 대립이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고, 이는 FTA를 비롯한 여러 무역 협상에서 그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북한의 인권문제와 연계하여 남한에게 무역구조상 특혜를 주어서,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우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민주당은 남한의 특수성보다는 국가와 국가간의 통상전략을 우선시 해 왔습니다. 즉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협상이 국가 대 국가간의 동등한 수준으로 맺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오바마 정부의 입장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선제 조건(자동차) 등을 미리 검토한 후에 FTA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짦게는 한미 자동차 협상등을 살펴보겠다는 이야기이고, 거시적으로는 한미 FTA에 대한 모든 내용을 재검토하겠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이날 오후 열린 만찬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안보협력과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완벽한 합의를 이뤘다.'고 주장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FTA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에 매우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정말 생뚱맞은 소리가 아닐수 없습니다. 또 오해일까요?

3. 이명박 대통령이 자꾸 오해하는 이유
매번 '오해입니다.' 소리를 듣는 것도 정말 지겹지만, 이쯤되면 이명박 정부는 왜 자꾸 이런 오해를 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이명박 정부가 소통을 못해서 일까요?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어설픈 미국 따라하기가 낳은 폐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보면, 미국의 공화당, 정확하게는 레이건 정부의 모습과 매우 흡사한 것을 보실수 있습니다. 초기 강만수가 주장한 경제 정책도 레이건 정부의 정책과 동일하고, 국정운영 스타일도 비슷합니다.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뉩니다. 공산주의 타도를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간 정부, 그리고 '폭스 아메리카'를 주장하며 '미국의 이익이 곧 세계의 이익'이라는 주장 아래 강력한 미국을 탄생시켰던 정부. 자,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어떨까요.
 
이명박 정부가 공산주의자 대신 무수히 많은 촛불시민들을 잡아간 사실은 레이건 시절과 동일하지만, 이명박은 결코 레이건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 세계의 이익'이라는 공식은 성립해도 '한국 = 미국 = 세계의 이익'이라는 공식은 결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이 착각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이익이 곧 미국과 세계의 이익이라는 착각 아래, 모든 일들을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이익이 한국의 이익은 될 수 있어도 미국의 이익이 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특히나 냉전주의가 몰락하고 자유시장경제가 국가간 통상에 자유롭게 적용되는 시대에 있어, 이와 같은 착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4.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 불행한 현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있을까.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기에 사실상 해결책은 전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착각에서 벗어나 좀 더 사태를 진지하게 보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데,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부의 지지층이 뉴라이트와 같은 강경 친미친일 보수주의자들이다보니, 그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지요.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끝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 회견 말미에 별도의 시간을 내어, 이란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전 평화적인 시위자들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걸 볼 때, 평화적인 반대표명이 억압받고 있는 것을 볼 때, 그것이 어디에서 일어나건, 그건 제가 우려하는 것이며, 미국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 방식은 정부가 자국 국민들과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when I see violence directed at peaceful protestors, when I see peaceful dissent being suppressed, wherever that takes place, it is of concern to me and it's of concern to the American people. That is not how governments should interact with their people.)

제가 강력히 지지하는 보편적인 원칙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But I stand strongly with the universal principle that people's voices should be heard and not suppressed.)"

이명박 대통령은 이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가 국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기자회견 영상 : http://www.ytn.co.kr/_vod/0301_2009061700341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