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주년, 나는 무엇이 달라졌나.

2009. 5. 2. 21:30하루 일기/2009 Diary

지난 해 촛불을 들었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촛불시위 1주년 행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네요. 촛불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의미였습니까? 어떤 이들은 촛불을 부인하고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려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 있어 촛불은 하나의 삶이었고, 목표였습니다. 촛불, 여러분들은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냉소에서 참여로... 촛불이 이끈 미학.

불과 1년전까지만 하여도 정치는 저와는 상관없는 딴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군복무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지만, 그 이후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뽑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를 거부하여 왔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하곤 상관없다는 생각, 그 철없는 생각이 이명박을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았습니다.

촛불은 '누가 되어도 상관없어.'라고 정치를 불신하던 저에게 진실을 배울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들려왔던 소문들이 진실이 되고나니 정말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습니다. 특히 학업을 중단하고 거리로 나선 학생들을 폭도로 규정하던 동아일보의 헛소리엔, 그동안 동아일보를 열심히 읽던 제 눈을 정말 뽑아버리고 싶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지난 10여년간 한나라당과 보수세력들이 주장하던 거짓과 진실에 대해 조금은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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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 날이 5월 31일, 제가 처음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한 날이기에,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합니다. 거리에서 이름모를 시민들을 위해 우비와 김밥을 나누어주던 학생들, 숨이 막혀오는 분말가루와 차가운 물대포를 맞고, 추위를 녹이기위해 서로 껴안고 있었던 연인의 모습... 힘들면서도 서로에게 무언가 더 해주기위해 노력하던 당시 시민들의 모습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듯합니다. 그 자리에 서서, 저는 처음으로 '고시 철회'를 외쳤고 '이명박 탄핵'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언제나 똑같은 아침이 오리라 믿었던 저의 마음은 아직도 제가 철부지라는 사실을 일깨워 졌습니다. 피, 붉고 붉은 사람의 피... 사람의 팔다리가 그처럼 쉽게 부러지고, 피가 그렇게 날 수 있는지 그 날 처음 알았습니다. 전투화 소리에 묻혀진 시민들의 비명소리와 불과 몇 분만에 현장이 정리되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차량이 통행되던 거리의 모습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확신을 굳혀주었습니다. 바뀌어야 한다! 설사 울먹이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바꾸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였습니다.

이후로 수차례 촛불시위에 나갔고, 많은 분들이 이에 호응을 해 주셨습니다. 시위가 격렬하게 진행된 적도 있고, 수만명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적도 있었습니다. 또 반대로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밝힌 적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촛불은 1년이라는 시간을 우리와 함께 하였습니다.

지난 1년간 촛불은 무엇을 바꾸었을까? 불행히도 겉모습만 보자면 그리 바뀐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광우병 쇠고기는 오늘도 허술한 관리 아래 전국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고, 뉴라이트를 비롯한 수구 단체들의 오만함은 여전합니다. 지난해 소통을 들먹이던 정부가 1주년 행사에 시민들을 연행하고, 심지어 언론사 기자조차 병원에 후송보낼 정도로 강력한 공안정치를 유지하는 것을 보니,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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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른채 끌려가는 67세의 할아버지(우)와 광장을 가득메운 경찰들(좌) / 2009. 5. 2]

그렇다고해서 겁먹었냐고요? 물론 아닙니다. 적어도 이제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있고, 촛불이 진실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설사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한다 할지라도, 촛불에 대한 저의 지지는 여전히 굳건할 것입니다. 촛불은 아직 시대를 바꾸진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라는 개인 하나를 바꾸었고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의 모습을 바꾸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사를 밝힌 뒤에도 끌려가지 않고 당당히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사회, 촛불은 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촛불 1주년, 어룸든 결코 빛을 이길수 없습니다.



[촛불집회를 기약하며 : 손에 손잡고]

P.S.] 병원에 후송되신 커널뉴스 기자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