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다음 대회에도 참석할 필요가 있을까?

2009. 3. 24. 16:09Issue/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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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길고도 긴 결승전이 끝났다. 결과는 3:5로 한국의 패배. 비록 우승을 하지는 못하였지만, 경기 내내 보여준 그들의 투혼은 그 누구도 비난하지 못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을 갖추었다.

그러나 선전했던 한국팀과 별도로 이번 제2회 WBC 대회가 존중받을만한 대회인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만큼 가치 있는 대회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순혈주의에 빠진 Baseball

3년전 제1회 WBC 대회는 철저하게 '폭스 아메리카'를 선전하기 위한 사기극이었다. 미국의 돔구장에서 미국인이 제안한 룰을 가지고, 미국인 심판의 감독 아래 치러졌던 당시 경기들은 매 경기 편파판정이란 말을 들을 만큼 형편없는 경기들로 이어졌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의 두 차례 경기를 포함하여, 모든 경기를 전승으로 승리하였으나 마지막 일본과의 세 번째 대결에서 패함으로써 4강 진출에 만족해야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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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시간이 흘러  제2회 대회가 도쿄에서 열렸다. 지난 대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이번 대회가 이전 대회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기를 고대하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들의 바람은 착각으로 끝났다. 지난해, 미국팀을 승리시키기 위해 개발된 싱글 엘리미네이션 방식은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화하며 더욱더 편파적으로 변하였고, 여기에 새 스폰서로 일본이 참가하면서, 미국팀의 심판이 일본 측에 더 우호적으로 변하였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전부였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경기가 유리하게 짜인 것에 대해 편파적이다라는 보도를 하였고, 쿠바의 카스트로 전 의장은 미국이 우승하려고 한국과 일본, 그리고 쿠바를 한 조에 짠 것은 공정성을 잃은 처사라고 항의하기도 하였다.

한국팀은 예선에서부터 결승에 이르기까지 무려 5번이나 일본과 경기를 치렀고, 세계대회라는 명성과는 달리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와 한 차례 경기를 진행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팀과도 만나보질 못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한일간의 다섯 번째 격돌이자, 결승전이 먼 이국의 땅에서 진행되었다.

경기는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나치 시절, 기관총으로 무장한 독일군 앞에서 독일팀과 축구경기를 진행해야만 했던 폴라드팀도 이러한 심정이었을까. 야구의 발생지인 미국과, 전통적인 야구강국 일본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우승해서는 안 된다는 미·일 양국의 사심은 결정적인 순간에 맥을 끊고, 한국의 패퇴 시키기에 충분하였다.

Baseball, 야구... 그리고 한국.

최종 스코어 5-3. 스코어외의 기록은 아마 곧 잊힐 것이기에, 몇 주 후면 사람들은 경기결과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야구강국 미국과 일본을 찬양하고, 변방의 먼 나라인 한국이란 국가는 잊어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3년 뒤 다시 이 대회에 나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들러리도 세 번이면 지치는 법이다.
   
다행히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야구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심어놓았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 판을 짜보는 것은 어떨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 규칙을 바꿀 수 없다면 새로운 판을 여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WBC의 편파판정에 불만을 품은 여러 국가들과 함께라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KBO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희망해 본다.

야구팬으로서, 나의 희망은 그리 큰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공정한 일정과 규칙에 의해, 자신이 원하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이름뿐인 WBC에 매달리지 않고,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 새 판을 벌여보자.

PS] 이 글을 읽어보면 WBC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 "'MLB 제국' 건설에 열광하는 한국, 정신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