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리뷰, 어떻게 쓰여질까? - 협상편

2009. 2. 18. 21:31Issue/IT

마케팅 리뷰를 보는 시각.
몇 년전부터 불어온 마케팅 바람은 블로고스피어에 다양한 수입원을 창출하고 있다. 구글 애드센스와 같은 전통적인 광고 시스템외에 최근에는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어 오던 체험식 리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휴대폰등의 IT 기기들을 중심으로 블로거의 마케팅 리뷰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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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리뷰를 보는 블로거의 시각은 대체로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블로그의 상업화에 반대하며 독자들의 속이는 기만 행위라고 보는 시각과, 마케팅 리뷰 자체도 블로거의 노력이 들어간 산물인 만큼 인정해주어야 된다는 시각이 그 것이다.

똑같은 글을 보고, 서로간에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지만, 동시에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하여 오늘은 이해를 돕기위해, 마케팅 리뷰가 어떤 식으로 쓰여지고 어떻게 평가받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글을 쓰기 전에 한 가지 언급하자면, 마케팅 리뷰는 글 몇 줄 써주고 수십만원을 받을수 있는 쉬운 일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세간의 인식보다 더 열악한 상황속에서 직장일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대상은 필자가 지난해 두 달간에 걸쳐 진행한 휴대폰 리뷰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겠다.

e-메일로 날라온 리뷰 제안장.
휴대폰을 비롯한 고가의 기기들은 대체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리뷰어를 모집하기 보다는, 방문자수가 어느정도 확보되었다고 예상되어지는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메일을 통한 1:1 제안을 주로 요청한다. 필자가 제안받은 마케팅 제안도 이와같은 케이스중 하나였는데, 첫 제안은 5월 19일날 받았고, 실제 마케팅은 이로부터 한 달뒤인 6월 9일부터 시작되었다.

마케팅 제안 이후 실제 마케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많은 시간이 소모된 까닭은 이 기간동안 마케팅 리뷰에 대한 모든 제약 사항을 블로거가 직접 협상해야 되기 때문이다. 협상은 저작권에 대한 전문적인 협상에서부터 스크랩의 허용 여부, 메타사이트나 RSS 공개 여부, 체험단 활동 명시 여부등 리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예외상황에 대해 논의된다.

협상은 많은 인내심을 요한다. 국내에 블로그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약 1년 남짓으로, 아직 많은 마케팅 관계자들이 '트랙백', '메타 사이트'와 같은 전문적인 용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블로고스피어의 용어를 먼저 설명해주고 협상을 진행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협상은 전적으로 개개인의 협상력에 의존하는데, 이는 아직 국내 시장에 블로그 마케팅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더러, 블로거들의 입장을 대신할 단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이 마련되지 못하였다는 점은 블로거와 마케팅 담당자 모두에게 무척이나 불행한 일이다. 한 예로 아래는 협상 당시 체험단 명시 여부를 두고, 마케팅 관계자와 나눈 메일의 일부인데, 이 문구 하나를 두고 무려 2주일에 걸쳐 4차례의 메일 교환과 1차례의 전화 통화를 요청해야만 했다. 이러한 협상은 한 달 내내 계속되었다.

소금이 : 제 2항을 보면, '000'에서 지원하는 제품의 홍보/마케팅을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실"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좀 더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를들어, 조항에 명시된 '000'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고 "얼마전 000에서 진행하는 새로운 서비스 활동관련 체험행사에 선정되어 앞으로 관련 리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글이 조항에 위반되는 내용인지 아닌지 궁금하네요.

마케팅 : 그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사용하시는 형식으로 포스팅해주시면 됩니다. '000'의 기업명 및 지원 사실을 밝히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얼마전 000에서 진행하는 새로운 서비스 활동관련 체험행사에 선정되어 앞으로 관련 리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글은 조항에 위반되는 내용이 되겠죠. 000에 평소 관심있으셨던 서비스나 요금제 등이 있어 체험해보고자 옮겼다..는 식의 동기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소금이 : 기업이 출처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포스팅 이후 안티 측으로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받거나 출처가 공개됨으로서 블로그 광고에 있어 그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파워 블로거'로 불리는 블로거들은 비판과 비난을 구분할 줄 아는 사용자들이며, 자신의 블로그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000의 '블로거 검증 시스템'은 수많은 블로거들 사이에서 이러한 옥석을 가리기에 충분한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개인 블로그는 출처 공개가 광고의 효율성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블로그 운영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원칙이 자주 업데이트하고, 좋아하는 것을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 블로그는 이러한 원칙에 제약을 받습니다. 좋아하는 것만을 쓰다보면 제품의 좋은 점만을 설명하는 광고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개인 블로그에 관심을 돌릴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 블로그가 글을 작성함에 있어서는 위 조건 외에 몇 가지 원칙이 더 추가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정보의 신뢰성입니다. 1차 소스를 가공하여 2차 창작물을 제작하는 블로거들은 이러한 출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출처 여부를 두고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문장을 쓰더라도

"이 제품은 여기가 문제인데 아마 다음 주중 수정될 것 같다."라는 문장과
"이 제품은 여기가 문제인데 다음 주에 수정될 것으로 관계자에게 들었다."라는 문장은 그 신뢰성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전자가 블로거의 브랜드 네임에만 의존한다면, 후자는 블로거의 브랜드 네임 외에 기업의 브랜드 네임을 가지고 정보를 활용하였기에, 더 신뢰성을 줄 수 있으며,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면 후자의 글을 읽은 독자가 제품을 더 많이 구입하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 중략 ]

아울러 기업 협찬을 받으니 해당 제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써 달라는 요청이나 궁금한 점이 있는데 대신 물어봐 줄 수 있겠는가는 문의가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이처럼 정보의 신뢰성을 중시하는 개인 블로그에 있어서 출처 공개는 더 긍정적인 피드백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중략 ]

구독자들은 메타 블로그의 일회성 노출이나 검색 엔진 노출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글을 구독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단순한 관심사에 의해 특정 제품을 장기간에 걸쳐 리뷰한다는 말에 공감하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독자들은 무척 영리합니다.

저는 정보 출처 노출에 대한 최소한의 사항을 블로그에 기입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출처에 대한 노출은 결코 광고 효과에 부정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통해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에 해당 사안을 건의드리며, 다시 한 번 재고 부탁드립니다.

[이하 중략]

꽤 지루한 협상끝에 포스팅 시작부분에 '체험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좋은 케이스 중 하나일뿐,  일부 블로거들은 개인 vs 기업이라는 협상력의 차이에 밀려 아예 리뷰를 포기하거나, 기업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협상이 끝나면 보수에 대한 논의와 비밀 서약이 이루어진다. 보수 부분은 후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대체로 10~ 15만원 정도의 비용이 한 달 활동비로 지급되고, 경우에 따라 사용한 단말기에 대한 지급도 이루어진다. 보수가 많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포스트 과정에서 들어간 출장비, 서비스 이용료와 같은 직접적인 비용과  시간 및 노력을 생각하면 그리 많은 보수는 아니다.

비밀 서약은 말그대로 비밀리에 이루어진다. 아래 문구는 서약서 문구중 일부인데, 모든 기업이 다 이런 서약서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문제 발생시 포스팅에 쓰기 전에 기업과 먼저 상의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는 블로거들이 자기 검열에 시달리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본인은 “000”에서 지원하는 제품의 홍보/마케팅을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실”과 “본 블로그 활동”을 진행함에 따라 지득한 업무상 비밀 및 기타 관련 사항(이하 “비밀 사항”)을 “000”의 서면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지 않겠습니다.
최근에는 블로거 개인의 협상력 부재를 인정하고, 이를 만회하기위해 자체적인 협약 단체를 만드는 일도 진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태터앤미디어'이다. TNC에서 분리되어 자체적인 법인으로 탄생된 TNM은 블로거 개개인이 벌여야되는 협약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현재 자체적인 윤리강령을 통해 블로그 마케팅에 있어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모든 블로거들에게 그 혜택이 주어지기 위해선 아직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협상의 끝? 이제 시작일 뿐이다.
협상이 끝나면 이제 리뷰를 시작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협상이 기업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리뷰에서는 기업과 구독자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어야만 한다. 돈을 받고 쓰는 리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다음 포스트에서는 블로그 마케팅의 리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