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아가는 견공의 이야기, 볼트

2009. 1. 12. 16:30Animation/Ani-Review

얼마전 지루함을 견디다못해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영화관에서 선택한 작품은 볼트. 주말이라 다른 작품에 사람들이 몰린 탓도 있었지만, 간만에 부담없이 즐기고 싶은 영화를 보고싶더군요. 다소 뻔한 스토리이지만, 어찌되었든 보고나면 재미있었다고 느끼는 영화, 디즈니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면이 있습니다. 자신이 슈퍼맨, 아니 슈퍼도그라고 굳게 믿고있는 견공의 이야기, 오늘은 그 이야기를 살짝 리뷰해 볼까 합니다.

볼트, 그는 과연 누구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볼트는 헐리우드의 스튜디오에 살고 있는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정확하게는 화이트 저먼 셰퍼드(White German Shepherd)종에 허리부분에 멋진 번개 무늬가 그려진 슈퍼스타의 이름이지요. 이 견공의 가장 중요한 일은 '페니를 도와 악당들을 물리치는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세트와 숙소만을 오가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볼트는 아무 일이 없었다면, 자신이 놀림받는 줄도 모른채 그냥 그렇게 살아갔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들 또한 '볼트' 대신 '페니와 슈퍼도그 -극장판'을 영화관에서 관람하고 있었을테고 말이죠. 그러나 운명은 볼트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는 우연을 가져다 줍니다.

볼트와 그의 친구들.
진짜 세상과 마주친 볼트는 혼란스러워 합니다. 강철도 녹이던 '눈에서 빔'은 나올 기미를 안보이며, 어떤 악동도 한 방에 보내면 강철 펀치는 어린 강아지의 귀여운 토닥거림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볼트는 아직 현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탓을 애꿋은 스티로폼으로 돌리며, 자신이 믿는 세상, 즉 헐리우드와 페니에게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세상에 닳고 닳은 뒷골목 고양이 미튼스와 그보다 더 자신만의 작은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햄스터 라이노를 여행길의 동료로 맞이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튼스와 라이노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친구들입니다. 고양이 미튼스는 볼트가 TV 프로와 현실을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를 현실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반면 평생 TV앞에 앉아 살았을지 모르는 햄스터 라이노는 볼트에게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달라며, 그를 한층더 TV속의 거짓 세상으로 끌어들입니다. 악당과 영웅의 동료라는 그들의 관계는 언제나 불꽃터지는 접전입니다.

볼트, 세상을 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 친구의 우정어린 도움에 힘입어, 볼트는 마침내 세상을 깨닫게 됩니다. 그가 믿어왔던 세상은 사실 TV 프로에 불과한 거짓된 세상이고, 진짜 세상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진실 앞에 선 그는 거짓된 세상을 버리고, 미튼스와 함께 살아갈 생각도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내린 결정은 거짓된 세상으로의 복귀였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주인, 페니가 있기 때문이었죠.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1998년 짐 캐리가 주연한 '트루먼 쇼'라는 영화를 기억하실 겁니다. 스토리가 비슷해서 인지 요즘 볼트와 더불어 자주 인용이 되더군요. '트루먼 쇼'에서도  마찬가지로 태어날 때부터 거대한 세트장에 갇혀, 원치않게 24시간 생방송 TV 프로의 주인공이 된 주인공 트루먼(짐 캐리)가 등장합니다. 그 또한 우연속에서 진실을 찾아내고, 결정을 하는데요. 그는 거짓된 삶을 버리고 진짜 삶만을 살아가는 것을 택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세트장 밖에 있었으니까 말이죠. 강아지든 사람이든 사랑하는 이 옆에 서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법입니다.

이야기는 페니와 볼트가 서로간의 우정을 다시 확인하고, 미튼스와 라이노를 비롯한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는 디즈니식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다소 진부하지만, 이 이야기에 딱 알맞는 결말이라 생각되네요.

디즈니, 진짜 출발선에 서다.
지금으로부터 3년전, 디즈니는 2006년을 '3D 애니메이션, 새로운 도약의 해'로 정하고 3D 애니메이션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 왔습니다. 진부한 스토리와 픽사에 비해 뒤떨어진 기술력은 사람들에게 '디즈니는 한물 갔다.'는 소리를 듣게하였고, 그것은 그들을 채찍질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평가는 썩 좋지않았죠. 그해 제작한 '와일드(2006)'는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와 판박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이듬해 제작한 '로빈슨 가족(2007)' 역시 픽사의 아성을 뛰어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볼트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요? 해피엔딩과 귀여운 캐릭터는 남았지만, 7,80년대 흑백논리는 사라졌습니다. 장르는 사라지고, 액션, 코믹, 휴먼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스토리가 짜임새있게 완성되었습니다. 또 그래픽은 더욱 정교해졌지요. 볼트는 더이상 어린이들만을 위한 영화라고는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디즈니로서는 이제서야 진짜 출발선에 선 것이죠. 디즈니는 다음 영화에서 드림웍스와 픽사를 추월할 수 있을까요. 볼트, 그 이후의 스토리에 주목해 봅니다.